증권선물거래소의 공시 시스템이 허술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주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1일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STX엔진이 '경' 단위 이익을 낸 것으로 잘못 보고했다가 수정한 데 이어 단위를 모호하게 표현하거나 회사 약칭을 잘못 사용하는 등의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간판급 중공업회사인 H중공업이 최근 공시한 지난 2월 실적표를 보면 매출액이 7억5천7백만원으로 지난달보다 1.6% 증가한 것으로 표시돼 있다. 실적표 가운데 단위가 백만원으로 돼 있고 매출액 난에는 '757'이라는 숫자가 적혀 있다. 그러나 표의 제일 마지막 기타항목에는 다시 "상기 매출액은 십억원 단위"라고 주를 달아놓았다. 실제 2월 매출액은 7천5백70억원에 달하지만 언뜻보면 7억원밖에 안되는 것으로 비쳐지기 쉽다. 대표적인 백화점 업체인 S사도 지난 1∼2월 중 실적을 공시하면서 매출액을 '11,834', 단위 '백만원'이라고 표기했다. 1백18억3천4백만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마지막 칸 기타란에 "상기 실적은 억원 단위로 작성됐다"는 설명을 붙였다. 실제 매출액은 1조1천8백34억원이나 되는 것. 이들 회사만이 아니라 H건설 H상선 J은행 등 다수의 기업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실적을 공시했다. 회사 명칭에서 혼선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세이브존I&C는 거래소 상장기업으로 세이브존의 자회사지만,공시 등에 사용되는 회사 측의 약칭은 모기업과 같은 '세이브존'이어서 혼선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의 모기업에 대한 담보제공 공시에서는 세이브존이 세이브존에 담보를 제공한 것처럼 표시돼 혼선을 줬다. 이에 대해 거래소 측은 "혼란이 생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으나 회사측이 처음부터 그 같은 약칭을 선택해 거래소 입장에선 달리 취할 방법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거래소 공시담당자는 "금액 단위를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에 계속 시정을 요구하고 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양식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