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창 <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jckim@bok.or.kr > 고대 이집트에는 많은 신이 있었다. 그 중 아누비스는 자칼의 머리를 가진 죽은 자의 신으로 미라를 만드는 후원자이자 분묘의 수호자기도 했다. 사자(死者)의 서(書)에 의하면 그는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질해서 무게를 밝혀낸다. 아누비스는 자신의 저울 한쪽에 죽은 자의 심장을 얹고 반대편 저울엔 깃털 하나를 올려 놓는다. 죽은 자의 심장 무게가 깃털보다 가벼워야 무사히 심판을 통과하게 된다. 만약 깃털보다 무거울 경우 죽은 자의 영혼은 갈기갈기 찢겨 먹히게 된다. 한편 성경에 포함되지 않은 2천년 전 고대 문서 가운데 계시록들이 있다. 거기에는 천당과 지옥의 갈림길에서 천사들이 사람의 영혼을 저울에 올려 놓고 영혼의 무게를 잰다. 무게가 많이 나가면 천당으로 가고 너무 가벼우면 지옥으로 보낸다. 두 가지 사례 모두 생전에 얼마나 죄를 많이 지었는지,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를 양심과 영혼의 무게를 재고 그에 따라 심판하고 있다. 아누비스의 저울은 좋은 일,나쁜 일을 따져 죄가 얼마나 더 많은지에,천사들의 저울은 좋은 일과 나쁜 일 중 좋은 일을 얼마나 더 많이 했는지에 대한 척도가 다를 뿐이다. 과연 죽을 때 내 양심의 무게는 어떻게 될까? 아누비스의 저울로 재어 보면 과연 통과될 수 있을까? 천사들의 저울로 재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그렇다면 한 나라의 양심 무게는 무엇으로 잴 수 있을까? '투명성'이 국가의 양심을 재는 척도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2주 전 정부·정계·재계·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여 '사회투명성협약'을 맺고 이를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가의 투명성,다시 말하면 국가의 부패지수를 저울로 재면 우리나라는 세계 50위 안팎에 머물러 있다. 국민총생산 기준 경제력은 세계 11위라고 하는데 부패지수는 50위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은 육체의 무게에 비해 영혼의 무게가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육체의 무게에 영혼의 무게를 맞추기 위해 각계가 발 벗고 나섰다. 박수를 보낸다. 이번에는 구호가 아니라 착실하게 실천하는 협약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이 협약의 성공은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양심 무게에 달려 있다. 각자의 양심이 죄의 무게를 재는 아누비스의 저울에는 가벼워서 통과되고,선행의 무게를 재는 천사의 저울에는 무거워서 통과되도록 하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성공을 거둘 때 우리 사회는 낙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