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일이 마침내 이뤄졌습니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기보다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져 나가 서울시교향악단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 없는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씨(52)가 재단법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상임 지휘자로 임명돼 22일 서울시청에서 이명박 서울시장으로부터 지휘봉을 받았다.


정씨는 올해 1년간은 음악고문으로 활동하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음악감독을 맡아 서울시향을 지휘할 예정이다.


그는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단원들의 뛰어난 기량이 있어야 합니다. 그 다음엔 단원들과 지휘자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지요.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두 가지를 지속적이면서도 충분하게 지원해 줄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합니다."


그는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요청을 수락한 배경에 대해서도 "타이밍이 잘 맞은 측면도 있지만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 약속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서울시향을 독립된 재단법인으로 만드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말까지 오디션을 거쳐 직책 단원(악장·수석·부수석)과 일반 단원을 선발하고 일부 부족한 단원들은 7월 말까지 정씨가 직접 선발해 1백17명의 교향악단으로 꾸미기로 했다.


정씨는 오디션에 관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지휘할 때 말고는 오디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길거리에서 누가 오디션을 보고 싶다고 해도 거절하지 않아요.실력 있는 단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 음악인들의 수준이 많이 향상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74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5회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입상하며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78년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가 상임지휘자로 재직하던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부지휘자로 새로운 음악인생을 시작한 그는 89년부터 94년까지 파리 바스티유 오페라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지금은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과 도쿄 필하모닉의 특별 예술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정씨는 "음악의 궁극에 이르면 열정 및 감성과 만나게 된다"면서 "서울시향을 뜨거움을 간직한 오케스트라로 키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