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새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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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출신이라 그런지 옛날부터 섬이나 바다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고 싶었습니다. 이번 소설은 내 삶의 모습이 많이 투영돼 있어 애착이 가는 작품입니다."
중진작가 한승원씨(66)가 새 장편소설 '흑산도 하늘 길'(문이당)을 펴냈다.
조선 순조 때 신유박해(1801)로 불리는 천주교 탄압과 황사영 백서사건 등으로 흑산도로 유배 가서 생을 마쳤던 실학자 정약전(1758∼1816)의 생애를 압축적으로 다룬 작품이다.
정약전은 다산 정약용의 친형으로 유배시절 근해의 수산생물을 조사하고 채집해 '자산어보'라는 우리나라 최고의 어류학 서적을 남긴 인물.
"역사적인 인물을 다뤘지만 요즘 유행하는 역사소설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구도소설에 가깝습니다. 섬에 갇힌 한 천재가 어떻게 절대고독을 이겨내고 자기 완성을 이뤄 나갔는지에 중점을 뒀습니다."
작가가 10년 전 서울을 떠나 고향인 전남 장흥 인근 바닷가에 '해산토굴'이라고 스스로 명명한 거처를 만들고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는 것도 정약전의 흑산도 유배생활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라고 했다.
"우리네 삶을 가만히 보면 '가둬 놓는 삶'이 아닌가 싶어요. 당이나 동창회 혹은 부부관계 이런 틀에다 우리 스스로를 얽매고 가두어 두지 않습니까. 시인은 시 속에,또 소설가는 소설 속에 스스로를 가둬 두고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가둬 두지 않으면 '큰일'을 해내지 못하는 게 또 인간이라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정약전도 흑산도라는 절해고도의 섬에 갇히지 않았더라면 그 많은 역작을 내놓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가는 "'가둬 놓고 살기'와 '벗어나는 삶' 사이에 밀고 당기는 팽팽한 길항작용이 있어야 긴장감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다"며 "타의에 의해 갇히거나 자의에 의해 갇히되 스스로의 영혼을 자유자재로 풀어놓는 지혜를 터득해 실천하는 자는 영원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집필을 위해 수차례 흑산도를 다녀온 작가의 글답게 책에는 생생한 흑산도의 풍광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인인 이해인 수녀는 "'흑산도 하늘 길'은 유배지에서 겪는 한 인간의 고독 슬픔 좌절 불안 기다림 인내 희망 사랑 믿음을 작가 특유의 절제되고 깊이 있는 필치로 그려낸 역작"이라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