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으로 끝낼 것인가,아니면 끝까지 갈 것인가." 소송 액수 1백20억원짜리 민사소송에서 각각 원고측과 피고측 대리를 맡은 국내 대형 로펌 두곳이 고민에 빠졌다. 담당 재판부가 "피고는 원고에게 40억원을 지급하고 양측은 소송을 취소하라"는 화해 권고를 내렸기 때문이다. 원고인 서모씨(52)는 동료들과 함께 해운회사를 설립해 회사규모를 크게 키웠다. 그는 2001년 동업자인 사장 박모씨에게서 20억원을 받고 회사를 그만뒀지만 박씨가 자신 몰래 4백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얘기를 뒤늦게 전해들었다. 분개한 서씨는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협박,박씨로부터 1백20억원짜리 어음을 받았다. 그러나 마음을 바꾼 박씨가 어음 지급 약속을 파기하고 서씨를 공갈 혐의로 고소해 서씨는 구속됐다. 검찰은 박씨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인지를 수사한 뒤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이에 서씨는 대형 로펌에 사건을 의뢰해 박씨를 상대로 "어음 1백20억원을 지급하라"는 민사소송을 냈다. 박씨도 질세라 국내에서 변호사 수가 가장 많은 로펌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정해 소송에 응했다. 이 소송에 대해 법원은 "여러 사정을 감안할 때 1백20억원은 너무 많지만 한푼도 주지 않은 것 역시 지나치다"며 "박씨는 서씨에게 3개월 내에 20억원을 주고,1년 안에 2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되 양측이 낸 고소 고발 가압류 등 9건의 소송을 모두 취하하라"는 화해 권고안을 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소송 액수가 워낙 커 사건을 맡은 변호사가 받는 수임료도 상당할 것"이라며 "최근 변호사 업계가 불황을 실감하는 상황에서 양측 변호사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