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대검찰청 중수부장 재직 중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안대희 부산고검장(50·사시 17회)이 6년간의 자료수집과 집필 끝에 조세포탈 수사실무를 집대성한 '조세형사법(법문사)'을 펴냈다. 현역 고검장이 무려 9백6페이지에 달하는 '법학교과서급' 전문서적을 발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안 고검장은 저서에서 불법 정치자금이 과세 대상인지와 위법소득에 대해 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위법한 용도로 지출된 비용에 대한 세금공제 등 기업이 일상적으로 부딪칠 수 있는 조세 문제를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다양한 실무수사 경험에서 축적된 범죄 사례를 통해 케이스별로 범죄 성립 요건을 구체적으로 예시해 독자의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오랜 특수수사 경험에서 습득한 '수사 노하우'도 양념처럼 녹아 있다. 예컨대 조작된 회계장부는 △다른 장부와 달리 깨끗한 상태로 보존돼 있거나 △잉크색과 필적 등이 차이가 있고 △기재 내용에 이상한 표시나 흔적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안 고검장의 '경험칙'이다. 건설업,유통업,해운운송업,일반제조판매업 등 직종에 따라 특징이 다른 장부조작 수법도 흥밋거리다. 기업비자금이나 정치인 뇌물사건 수사 등 특수수사의 대가(大家)로 알려진 안 고검장은 "현재까지 조세포탈에 대한 체계적인 이론 정비는 물론 기본적인 수사실무 지침도 구비돼 있지 못해 전문서적의 필요성을 절감해 왔다"고 집필 동기를 설명했다. 이관우 기자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