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주 영국계 헤르메스펀드의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에 간 것은 외국펀드에 대한 첫 현지조사라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한 사건이다. 더구나 단기매매차익 실현을 위한 변칙거래나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그동안 국내 외국펀드의 편법적인 행태가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꼭 필요하고도 당연한 조치임에 틀림없다. 실제 삼성물산의 5% 주주였던 헤르메스는 작년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주주가치 극대화를 외면하면 M&A를 시도하는 펀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뒤 이틀만에 보유주식 전량을 팔아 2백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불공정혐의를 받아왔다. 때문에 금감원의 조치는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뒤늦은 감마저 있다. 국제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이와 유사한 사례는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조사를 국제투기자본의 횡포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모델로 삼아야 할 것이다. 국제투기자본의 부작용이 어느정도인지는 대한상의가 최근의 외국펀드들의 행태를 지난 70~80년대 미국 주식시장에서 성행한 '약탈적 주주행동주의'와 닮은꼴이라고 지적한 것만 봐도 쉽게 알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뚜렷한 원칙아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우선 각종 관련 제도들부터 정비해야 한다. 외국 펀드들이 그동안 우리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온 측면이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외국펀드를 조사하려면 외국 금융당국과의 공조체계를 확립해야 하므로 외국당국에 개인정보제공을 금지하는 금융실명제 등 관련법 개정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외국펀드의 편법행위에 대한 조사강화와 함께 국내 기업들의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마련해주는 제도도 시급하다. 재계에서 요구하는 증권시장의 의무공개매수제도 재도입과 제3자 신주인수권배정요건 완화 등은 물론 엊그제 한국은행이 공식 제기한 대통령의 외국인투자 철회명령권이나 자본적격성 심사 강화,황금주 도입 등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하다. 다만 이런 대책을 추진하면서 꼭 명심해야 할 것은 외국펀드에 대한 조사가 반(反)외국자본 정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의 성장에는 외자의 기여도가 적지않았고, 앞으로도 더욱 폭넓게 외자가 들어와야 한다. 따라서 투기자본에 대한 규제가 불필요한 오해를 가져와 외자도입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