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지난해 경제성장률 4.6%는 정부가 고용시장 안정을 위해 내세웠던 목표치 5%안팎에는 분명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민간소비 감소세가 둔화되고 설비투자가 증가세로 반전되는 등 일부 지표들은 새해들어 계속되고 있는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어 주목된다. 그러나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건설업과 서비스업 회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년째 '수출 외끌이' 경제 극심한 체감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4.6% 성장을 이룬 것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도보다 19.7% 증가했다. 이에 따라 경제성장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율은 73.1%를 기록했다. 민간소비(-5.6%),건설투자(4.2%),설비투자(8.9%) 등의 성장 기여율이 마이너스나 한 자릿수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산업별로 살펴봐도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제조업의 성장 기여율이 전년도의 46.1%에서 지난해엔 65.0%로 비교적 큰 폭으로 높아졌다. 반면 대표적 내수업종인 건설업(20.2%→2.8%),서비스업(24.7%→13.4%)은 기여율이 크게 떨어졌다. ◆건설·서비스업이 경기회복 변수 민간소비가 7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민간소비는 지난 2003년 1분기(0.7%)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다 작년 4분기 들어 0.6%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간 민간소비 감소 폭도 0.5%로 2003년(1.2%)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2003년도에 1.2% 감소했던 설비투자가 지난해에는 3.8% 증가한 점도 경기 회복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분기별 성장률(계절조정 전기 대비)도 지난해 2분기(0.6%) 이후 두 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최근 유가 환율 등 대외 변수들의 급변동에도 불구하고 재정경제부가 "작년과 같은 '더블딥(짧은 경기 회복 후 재침체)'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것도 이같은 추세와 무관치 않다. 재경부는 작년 4분기에 3.3% 추락했던 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4%를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후행지표이기는 하지만 경제성장 선순환 구조의 핵심 고리 역할을 하는 고용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며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비스업과 건설업이 향후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