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의 선결 조건으로 스크린쿼터(국산산영화 의무상영일수)의 축소 또는 폐지를 거듭 강조하는 등 한국 서비스 시장개방에 대한 압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오는 24일부터 이틀간 워싱턴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 분기별 통상현안점검회의에서 그동안 한번도 다루지 않았던 법률시장 개방에 대해 한국측의 "분발"을 강력히 요청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 고위 관계자는 22일 "한·미 FTA 체결을 위한 양국간 정부협상이 시작되기 위해선 스크린쿼터 등 오래된 통상 현안이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라며 "스크린쿼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1월 한·미 FTA 사전점검 실무협의가 시작된 것과 관련,미국이 스크린쿼터 등으로 6년째 발목이 잡혀있는 한·미 BIT(투자보장협정) 체결문제를 FTA 협상에서 포괄적으로 다루지 않겠냐는 일부 관측을 뒤엎는 것이다. 그는 "스크린쿼터는 불필요한 무역장벽임에도 불구하고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로 해결하기 쉽지 않다는 게 큰 문제"라며 "미국 입장에선 스크린쿼터가 완전히 철폐됐으면 하는 게 속마음"이라고 털어놨다. 부시 2기 행정부 출범이후 처음 열리는 이번 한·미 통상현안점검회의에서 미국측은 또 한국의 법률시장 개방과 관련,외국인 변호사와 법률 컨설턴트의 한국 시장 진출 및 고용관련 법률 개정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의 서비스시장 개방에 대해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은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의 대외개방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신임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시장개방론자인 롭 포트만 하원의원을 지명함으로써 상품교역 이외에 농업 서비스 등 비제조업분야로 개방공세의 폭을 넓힐 것임을 예고했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미국 서비스 산업의 수출 규모는 3천3백80억달러로 4백8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무역적자 완화에 큰 도움이 됐다. 이와 함께 그동안 답보상태에 빠져있던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협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와 연계한 미국의 서비스개방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속도의 문제일 뿐 서비스시장 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신임 경제부총리도 강조했듯이 개방과정에서 피해를 받는 계층의 지원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