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와 함께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핵심정책으로 추진 중인 공공기관 지방이전 작업이 장기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국회와 정부,지자체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공공기관 이전논의에 불참키로 한 데 이어 민선 광역단체장 중 상당수가 지역갈등 증폭을 우려한 나머지 정부의 이전지역 결정 방식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초반부터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이전대상(1백80여개) 및 이전지역(시·도)을 확정하려던 방침을 바꿔 4월 임시국회에서 여야가 특위에서 기본원칙에 합의한 뒤 5월말까지 이전대상·지역을 확정 발표하기로 일정을 늦춰놓은 상태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이전 논의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마저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앙에서 만든 도 및 광역시별 공공기관 배정기준에 따라 해당 광역단체장들이 구체적인 이전지역(지방 시·군·구 등)을 교통정리하도록 한 정부 방침에 대해 민선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전면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 광역단체 관계자는 "같은 도 안에서도 알짜 공공기관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이전투구를 벌이는 '소지역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충청권 행정도시 건설의 여세를 몰아 성급하게 추진하면서 말썽만 많고 인기 없는 구체적인 이전지 선정작업을 광역단체에 미루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처럼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부는 이전대상 공공기관이 1차로 배정된 시?도 내에서 직접 이전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공공기관 이전 추진 방식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5월말까지 확정한다'는 당초 스케줄은 더욱 빗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호영·이재창·강황식 기자 h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