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이해가 안갑니다. 회사가 없어졌는데 노조가 어떤 권한을 갖고 투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난해 6월 파산한 금강화섬 노조원들이 이 회사의 재산을 산 경한인더스트리를 상대로 고용 투쟁을 벌이는 것에 대한 노동부 관계자의 코멘트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 앞장선다고 자부하는 노동부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광경이 경북 구미시 옛 금강화섬 공장 앞에서 1년 넘게 벌어지고 있다. 노동조합은 상대가 있다. 바로 사용자다. 회사측이 없으면 노조도 없는 건 당연한 이치다. 따라서 금강화섬에는 노조가 존재할 수 없다. 만약에 있다면 그건 노조가 아니라 금강화섬에서 한솥 밥을 먹던 사람들의 모임일 뿐이다. 그런데도 금강화섬 노조는 그동안 '노조'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생산라인이 멈춘 지 몇개월간 공장 재가동을 요구하며 투쟁해 왔다. 법적인 투쟁의 상대가 없건만 '연대 투쟁'이니 '제조업 공동화 저지투쟁'이니 하면서 몰려다녔다. 지난달에는 금강화섬 노조에 새로운 투쟁의 대상이 생겼다. 바로 금강화섬의 구미공장 부지와 설비를 법원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경한인더스트리라는 회사다. 하지만 노조는 이번에도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경한인더스트리는 금강화섬의 사업권을 인수한 게 아니라 공장 부지와 설비 등 자산을 인수했기 때문.경한이 생산설비를 모두 팔아 넘기든 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짓든 노조가 상관할 바 아니다. 법률적으로 경한은 노조원들을 재고용해야 할 의무가 전혀 없다. 금강화섬 노조는 그나마 찾은 투쟁의 대상도 최근 잃을 처지에 놓였다. 경한인더스트리가 '노조 때문에 원래 하던 자동차부품 사업까지 못하겠다'며 법원에 '낙찰결정 취소'를 요구하는 항고를 해서다. 사실 금강화섬 노조의 '허공을 향한 투쟁'은 만약 성공하더라도 실효성이 없다. 적자 사업의 생산라인을 다시 돌려봤자 얼마 가지 않아 또다시 실직의 아픔을 맛보아야 할 뿐이다. 우리나라에는 헌법 위에 '떼법'이 있다는 말이 금강화섬 노조의 투쟁을 보면서 자꾸 떠오른다. 유창재 산업부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