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 자동차 메이커 도요타도 그린메일(green mail)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가 그린메일을 당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향후 1∼2년 내에 주식 매매를 통한 기업 인수 요건을 완화하는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도요타와 같은 거대 기업도 기업 사냥꾼들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린메일이란 투기성 자본이 기업지배구조 취약 등으로 기업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해당 기업의 경영진을 교체하겠다고 위협,자신들의 보유주식을 높은 가격에 되팔아 단기 차익을 노리는 수법이다. 현재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1천3백80억달러로 전세계 자동차 기업들 중 최대 규모다. 세계 1∼2위(생산량 기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5위인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세 회사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8백40억달러에 불과하다. 외견상 도요타자동차는 시가총액이 워낙 커 기업사냥꾼들의 지분 대량 매입은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기업사냥꾼들이 도요타의 지배구조가 '계열사간 순환출자'라는 점을 이용,계열사 경영권을 장악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WSJ는 "도요타자동차 지분 5.4%(1억9천6백만주)를 보유한 그룹 계열사 도요타인더스트리(자동직기)를 인수하면 도요타 그룹 전체의 경영권을 뒤흔들어 놓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요타인더스트리를 인수해 다른 도요타 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으면 이들이 갖고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어 결국 도요타자동차의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요타인더스트리의 시가총액은 95억달러에 불과하다. 도요타인더스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회사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도요타인더스트리가 보유한 도요타자동차 등 관련사 지분 가치에 비해 현재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메릴린치의 크리스토퍼 리처 애널리스트는 "도요타인더스트리 주식의 60%가량은 도요타자동차 등 우호 주주가 가지고 있어 현재로선 인수합병(M&A) 가능성이 낮다"면서 "하지만 순환출자라는 독특한 지분구조 때문에 그린메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도요타 경영진들은 오래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해 왔다. 지난 80년대에는 투기성 자본이 도요타인더스트리 주식을 집중 매입,비상사태가 발동됐다. 89년에는 납품업체인 고이토공업이 미국 업체에 통째로 넘어가는 상황이 발생하자 그룹 차원에서 이를 저지하기도 했다. 자동차 인테리어 부품을 생산하는 도요타 방직의 경우 기업 사냥꾼들의 공격을 우려한 도요타 경영진이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 차원에서 3개 계열사를 통합시켜 만든 기업이다. WSJ는 전직 도요타자동차 임원의 말을 인용,"기업사냥꾼들이 도요타인더스트리와 같은 핵심 계열사 주식을 5∼10%만 매입해도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에 도요타의 경영진은 항상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