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23일 합의한 '건축협정제도'는 한마디로 주민들이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 가꾸기'로 볼 수 있다. 이르면 11월부터 이 제도가 도입되면 건물 신.증축 등을 둘러싼 주민들의 분쟁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각종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제도가 도심 재개발 등 부동산개발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축협정제 도입되면 건축협정제가 도입되면 무엇보다 건축 관련 분쟁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주민들이 기피하는 건물 등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사전에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일산신도시에서 학교 인근의 러브호텔 신축을 둘러싸고 건축주와 주민들의 갈등이 불거졌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주민 동의 절차를 거쳐 협정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지역에 집이나 땅을 갖고 있는 주민(소유자)들이 유흥주점이나 룸살롱,고층 또는 나홀로 아파트 등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제한할 수 있게 된다. 또 주택의 지붕이나 색깔,상가의 간판 규격 등도 주민들이 협의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건교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직접 세우는 지구단위계획이라고 보면 된다"며 "협정 내용을 벗어나는 내용은 시·군·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허용·불허시설이나 조건 등을 무조건 아무렇게나 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2종 일반주거지역(층고 15층이하)에 30층짜리 아파트를 짓기로 주민들이 합의했다고 해서 허용되지는 않는다. 주택법 건축법 국토이용계획법 등 관련법률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자율 조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장례식장 화장장 납골당 방폐장 등 이른바 '주민혐오시설' 등의 설치를 제한하는 내용은 협정안에 포함시킬 수 없다. 건교부 관계자는 "국토이용계획법 등에 정해져 있는 도시계획시설이나 기반시설 등은 협정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어떤 절차 거쳐야 하나 건축협정구역으로 지정받으려면 3명 이상이 주민 50% 이상의 동의를 얻어 협의체를 구성한 뒤 건물의 규모 형태 용도 층수 등에 대한 자체 기준안을 만들고 다시 주민(주택·토지소유자)의 80%이상 동의를 받아 시·군·구청에 건축협정서 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이어 시·군·구청이 신청내용에 대한 관련부서 협의,건축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협정구역'으로 인가·고시하면 이 때부터 건축협정이 발효돼 협정내용을 벗어나는 건축물이나 시설 등은 해당지역에 들어설 수 없게 된다. 또 건축협정 체결 이후에 협정구역 내 토지나 주택을 매입한 사람도 협정내용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시간이 흘러 협정내용을 변경 또는 폐지하려 할 때도 주민 50%이상의 동의를 얻어 시·군·구청에 변경·폐지 신청을 낸 뒤 인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개발사업에는 악재 업계는 이 제도가 부동산개발사업에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동의를 얻기가 어려울뿐더러 그만큼 개발기간이 장기화되기 때문이다. 또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땅주인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해야 하고 이는 결국 보상비의 대폭 증가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민들의 협정내용에 따른 건축물을 지으려면 불필요한 용지의 매입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시간과 비용이 지금보다 훨씬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개발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걱정이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