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시중은행이 수십억원대의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를 설치,사용해 온 혐의로 해당은행 임원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23일 시중 A은행이 수천여대의 PC에 30억원어치 이상의 사무용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본을 설치해 수년간 사용해온 혐의(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위반)를 포착,수사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은행 전산담당 실무자들을 불러 기초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지난 18일 이 은행 최고기술책임자(CTO)이자 부행장보 조모씨(40)를 소환,조사했다. 경찰에 따르면 A은행은 2001년 해당 소프트웨어를 단품으로 1천5백부를 구입하고 2002년말 인수합병으로 PC 3천대의 기업사용권 계약을 승계했다. 하지만 합법적 사용권을 확보한 이들 4천5백대를 제외한 나머지 3천4백대에는 정품 대신 불법복제 프로그램을 설치해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대해 A은행측은 마이크로소프트(MS)사와 기업단위 일괄계약을 맺고 MS측의 관리 아래 합법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설치,사용해 왔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계약이 지난해 11월30일자로 종료돼 계약갱신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MS측에서 제시한 계약갱신 조건이 지나치다고 판단돼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현재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관계자는 "협상중인 민사적 사안을 형사 고소하는 방식으로 일을 처리한 MS측의 조치는 상도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MS측의 고발에 대해 법률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수·유병연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