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벤처 중소기업진흥공단이든 다 똑같아요. 자금 배분만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을 뿐 자금난에 허덕이는 벤처기업을 어떤 식으로 지원할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없는 것 같네요." 서울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지난 22일 열린 '모태조합 운영방향 토론회'에서 한 참관자가 보다못해 주최측에 내던진 지적이다.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위한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관련법의 내달 시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토론회는 정책 담당자들이 모태펀드의 운영방향 등을 공식 설명하는 첫 자리인만큼 높은 관심을 끌었다. 특히 운영기관 지정과 관련,정부가 △독립법인 신설 △다산벤처 개편 △중진공내 본부 신설 △민간 공모 등의 기본적인 방안만 되풀이하던 터에 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됐었다. 그러나 토론회는 알맹이 없는 '소문난 잔치'로 끝났다.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3시간 가까이 이어졌지만 토론자의 형식적인 의견발표만 있었을 뿐 심도있는 논의는 없었다. 산·학·연·관계에서 다양히 패널들이 참석했지만 핵심쟁점인 모태조합 운영기관 선정과 관련해선 문제점을 들춰내 치열하게 토론하기 보다는 정부의 처분만 기다린다는 듯 '쉬쉬'하는 분위기였다. 벤처기업들은 거품붕괴 후 지독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 역시 지난 2000년 결성한 벤처투자조합들의 상환기간이 무더기로 돌아와 고사 직전이다. 1조원 규모의 모태펀드는 자금난을 겪는 벤처기업들엔 가뭄끝에 단비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가 벤처기업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 등 실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탄생하는 모태조합이라면 또 다른 밥그릇을 위한 그들(정부와 정부산하기관)만의 잔치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임상택 벤처중기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