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혈주의를 타파해 강력한 기업문화를 만들겠다.'


최태원 SK 회장이 SK그룹내 각 계열사간 배타적 기업문화에 대한 과감한 손질에 나섰다.


SK그룹 고위관계자는 23일 "올해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SK텔레콤 SK 등 핵심 계열사간 인사교류 확대를 통해 개별 기업에 만연해 있는 이기주의를 타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SK텔레콤이 이미 임원 인사를 했지만 이는 승진 및 조직개편에 따른 보직인사였을 뿐 SK 의 임원인사가 이뤄질 24일에는 계열사간 교류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SK는 그동안 계열사간 인사 교류가 활발하지 않았다.


고 최종현 회장이 경영을 맡은 이후부터는 각 계열사의 독립경영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계열사간 기업문화가 단절되는 정도를 넘어 자사 이기주의에 빠지는 역효과를 낳았다는 것이 그룹 내 일반적 평가다.


SK가 '포스트재벌 모델'로 내건 '기업문화와 브랜드를 공유하는 연합체' 개념과는 한참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일부 계열사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처져 그룹에 대한 로열티에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계열사간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다소의 어려움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따라서 각종 폐해가 드러나고 있는 '순혈주의' 대신 계열사 임직원간 화학적 결합을 통해 그룹 전체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것이 최태원 회장의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의 그룹 장악력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에서는 SK㈜ 임원 3∼4명이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SK텔레택 SK네트웍스 등도 마찬가지다.


한편 SK텔레콤은 이날 조직을 8개 부문 50개 본부에서 2총괄 7개 부문 53본부로 개편하고 이에 따른 임원 보직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이사회사무국을 신설,전무급 임원을 국장으로 발령했으며 이사회사무국 윤리경영실 법무실을 관장하는 '윤리경영 총괄'직을 신설했다.


또 마케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비즈니스 부문과 커스터머 부문을 통합 관리하는 '비즈니스 총괄'도 새롭게 신설했다.


SK텔레콤이 이사회사무국을 신설함에 따라 SK의 이사회 중심 경영은 전 계열사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일·김태완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