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한ㆍ일문제 초강경 대응] '총성없는 對日외교전쟁'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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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외교전쟁'이 시작된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한.일관계 문제와 관련해 전면에 나섰다.
지난 17일 국가안정보장회의(NSC) 상임위를 통해 발표된 정부차원의 '대일 신독트린' 발표에 이어 노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담화'성격의 글을 통해 더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다.
노 대통령이 독도문제,교과서 왜곡 등 최근 현안과 관련,직접 목소리를 낸 것은 지난 3.1절 행사때 "과거의 진실을 규명해 사과하고 배상하고 화해해야 한다"고 언급한 이래 처음이다.
◆일본 지도부에 '직격탄'
4∼5일 동안 직접 문장을 가다듬었다는 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에는 최근 일본 극우보수 세력들의 준동에 대한 '격노'가 구석구석 배어있다.
또 그동안 수차례의 회동으로 상당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1백년 전의 러·일 전쟁을 직접 언급하면서 "일본이 한반도를 완전히 차지하기 위해 일으킨 한반도 침략전쟁"이라는 언급에서는 노 대통령의 인식수준이 일반 국민들의 분노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드러났다.
노 대통령은 특히 "각박한 '외교전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또 "감정적으로 강경대응하지 않고 전략을 가지고 신중하게,그러나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
멀리 내다보고 꾸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과거 역사'를 왜곡하는 직·간접적인 행위를 하는 한 양국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임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한·일교류 파장 클 듯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걱정스러운 마음을 억누르고 하고 싶은 말을 참아왔다"며 "그러나 국민들이 느끼는 노여움과 답답함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기 위해 글을 썼다"고 밝혔다.
격앙된 국내 여론에도 불구하고 침묵하고 있던 노 대통령이 정면대응에 나섬에 따라 앞으로 경제협력과 문화교류 등 한·일간 교류 사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미 한국에서 도요타 신차발표회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는 등 경제부문을 필두로 일정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국 관계의 급냉각으로 인한 교역규모 축소는 물론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급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작년 4월 삼성SDI와 후지쓰간 PDP 특허소송으로 불거졌던 양국 기업간 특허분쟁 심화는 물론 국제무대에서의 통상 맞대결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FTA 협상 장기화 가능성
우선 이번 사태의 가장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있는 분야는 1년 이상 '샅바싸움'만 거듭해온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양국간 협상은 한국산 농산물의 유입을 우려하는 일본의 머뭇거림으로 사실상 작년 11월 이후 5개월째 중단된 상태다.
정부도 "올해 말로 정한 협상타결 시한을 최대한 지키되 시간에 쫓겨 협상을 마무리짓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어서 일본이 무리한 요구를 접지 않을 경우 한·일 FTA 협상의 장기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지난해 경기도 파주 LCD(액정표시장치)단지 조성으로 이뤄졌던 일본 부품·소재기업들의 '한국행 러시'도 한풀 꺾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실제 작년 한해 일본의 대 한국 투자금액(신고기준)은 22억5천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3백15.7%나 증가한 바 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어느 국가가 더 피해를 볼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이미 한·일 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양국이 서로 감정대립 구도에서 벗어나 정치논리를 경제에 결부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원순·이정호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