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멜로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러브 레터' 등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독특한 구성으로 사랑의 의미를 탐색한 화제작들이었다.


주인공들은 세월의 간격을 훌쩍 뛰어 넘어 영원한 사랑을 추구했다.


도이 노부히로 감독의 신작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시간을 건너뛰는 일본 멜로영화 특유의 양식으로 사랑과 인연을 그려낸다.


죽은 아내 미오(다케우치 유코)를 잊지 못하는 남편 다쿠미(나카무라 시도우)와 어린 아들 유우지 앞에 미오가 살아 돌아오는 기적이 일어난다.


미오의 환생이라는 모티프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녀를 맞아들이는 부자의 기쁨은 거짓이 아니다.


이야기의 핵심은 삶의 개연성이 아니라 사랑의 정서이다.


영화는 도입부에서부터 절정부까지 미오를 향한 다쿠미의 시각으로 전개되다,이후에는 다쿠미를 보는 미오의 시각으로 전환한다.


이로써 두 사람은 학창시절 동일한 공간에서 똑같이 서로를 열망했지만 자신들의 마음을 교환하지 못했던 사실을 관객들은 알게 된다.


사랑에 빠진 순간 연인이 가장 멀리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상황을 적절하게 표현한 에피소드다.


이는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것도 기실 두 연인이 남몰래 벌인 노력의 결실임을 시사한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시선을 전환시킴으로써 남녀관계와 인연의 의미를 보다 깊이 탐색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환생을 모티프로 삼은 만큼 인물들이 출현한 공간은 현실과 비현실의 양극단으로 묘사돼 있다.


미오가 환생한 뒤에 등장하는 폐공장과 해바라기밭,다쿠미 가족의 집 등은 단절된 공간으로 비현실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미오가 살아 있던 고교시절과 대학 캠퍼스 장면 등은 팬촬영(좌우로 돌려찍기) 기법을 통해 열린 공간으로 묘사된다.


다만 등장 인물들의 연기가 관객의 눈물샘을 직접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울림이 적다.


25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