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이란에 소규모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24일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23일 파리에서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유럽 3국과 한 협상에서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실험적 규모의 농축 우라늄 생산 시설을 허용해달라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통신에 따르면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EU 3국이 전문가들과 함께이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만약 이러한 소규모 시설로는 핵무기용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없음이 보증되고 이를 전문가들이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난다면 이란에"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러한 보도는 그동안 이란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국제적 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이 핵무기 개발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즉각 폐기하지않으면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란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핵연료 자급 기술을 쌓기 위한 것으로 국제법과 기준에 저촉되는 바가 전혀 없다며 맞서왔다. 유럽 3개국은 이란 제재에는 반대하면서도 국제적 의혹이 있는 만큼 농축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경제지원을 해주겠다며 중재해왔으나 지난 23일 파리 협상도 구체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끝났다. 이와 관련해 파리 회담에서 이란은 "자체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된다고 객관적으로 보증하는 `모종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며, 가까운 시기에 양측이 협상을 재개키로 합의했다고 외신은 전한 바 있다. 이란이 제시한 `소규모 우라늄 농축 실험'에 대해 유럽이 수용키로 결정하더라도 미국이 이를 인정할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란이 주권국가로서 국제적으로 합법적인 농축을 포기하는 대신 EU의경제 지원을 받아들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버티는 상황에서 이 방안은 일단 양측의 명분과 자존심을 살려주며 협상 교착상태를 타개할 `탈출구'로 평가된다. 한편 이란은 최근 우라늄농축시설로 사용할 비밀 지하저장소를 완공했다고 이란망명인사가 주장했다. 알리레자 자파르자데는 이란 당국이 최근 테헤란에서 남동쪽으로 30km 떨어진파르친 군사기지내에 우라늄농축시설용 지하저장소를 건설했으며, 이 시설은 터널형태로 되어있고 외부에는 위장이 되어있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