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뱅크, 후지TV 백기사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일본방송을 둘러싼 라이브도어와 후지TV 간 인수·합병(M&A)전에서 한국계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이 후지TV의 백기사로 등장했다.
이에 따라 일본방송의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일본방송을 통해 후지TV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라이브도어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후지TV는 24일 소프트뱅크 계열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SBI)가 후지TV 의결권 14.67%를 확보,최대 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일본방송은 보유 주식을 SBI에 대주(貸株)하는 형태로 의결권을 넘겼다.
후지TV 일본방송 SBI 등 3사는 또 미디어관련 신흥 기업에 대한 투자를 위해 2백억엔짜리 벤처캐피털 펀드를 공동 설립하기로 했다.
◆후지,대주 전략으로 경영권 방어=일본방송은 작년 말 현재 후지TV 주식 57만3천7백주(총 의결권의 23.8%)를 가진 최대 주주였다.
일본방송은 지난 2월 다이와증권SMBC에 22만주(9.13%)를 대주한 데 이어 SBI측에 남은 35만3천7백4주를 5년 동안 빌려주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일본방송이 가졌던 후지TV에 대한 의결권은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라이브도어는 25일 현재 의결권 기준으로 일본방송 주식 50%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본방송이 후지TV에 대한 의결권을 모두 다른 기업에 넘겨줌으로써 일본방송의 최대주주가 된 라이브도어는 후지TV에 대한 지배력을 전혀 갖지 못하게 됐다.
후지TV와 일본방송측의 '대주'전략에 라이브도어가 역공을 당한 셈이다.
후지TV와 라이브도어 간의 M&A 공방전은 라이브도어가 지난 2월 초 후지TV의 최대주주인 일본방송 주식의 대량매입을 공식화하면서 시작됐다.
일본방송은 이에 대해 후지TV측에 신주인수권 발행을 결의하면서 방어에 나섰고,라이브도어는 발행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는 등 사활을 건 싸움이 전개됐었다.
라이브도어는 지난 23일 도쿄고법으로부터 가처분 신청을 받아낸 데 이어 일본방송 주식의 절반을 확보,승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손정의 사장,방송사업 진출 가시화=SBI가 후지TV 최대 주주로 부상하자,관련업계에선 방송 사업 진출을 모색해온 손정의 사장의 야심이 현실화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손 사장은 1996년 호주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과 손잡고 TV아사히 주식을 매집해 인수를 시도한 적이 있을 만큼 미디어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기타오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최고경영자(CEO·54)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손 사장과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사전 협의는 한 적이 없다"면서도 "손 사장 생각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M&A 전문가인 기타오씨와 손 사장의 인연이나 소프트뱅크와 SBI의 자본 관계를 고려하면,이번 결정은 손 사장의 의중을 반영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BI는 소프트뱅크가 1백% 출자한 소프트뱅크 파이낸스가 38.9%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또 손 사장은 1995년 SBI를 만들면서 당시 노무라증권 부장이던 기타오씨를 직접 스카우트해 초대 사장에 앉혔다.
기타오씨는 노무라증권에서 소프트뱅크의 기업 공개를 맡으면서 손 사장과 인연을 맺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
-------------------------------------------------------------
[ 용어풀이 ]
대주(貸株)
주식 보유자가 제3자에게 일정기간 주식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빌리는 측은 임차기간 종료 후 주권을 반환하며,그 대가로 임차료를 지불한다.
빌린 주식의 소유권은 임차인에게 이전된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고,배당금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매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