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한국인 주민들이 '국경없는 마을'로 부르는 곳이다. 90년대 들어 인근 반월공단과 시화공단의 3D 공장에 다니던 한국인들이 떠난 자리를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 동남아 국가 출신의 노동자들이 채우면서 파키스탄 거리,방글라데시 타운 등이 하나둘씩 생겨났기 때문이다. 원곡동은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국경없는 마을'이 아니라 '고시촌'으로 통한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전문적으로 받는 고시원이 우후죽순 생기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이 곳에 있는 일반 원룸은 수백만원의 보증금에 임대료와 각종 세금을 합해 월 30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 반면 고시원은 한 달 15만원 정도의 이용료만 내면 된다. 염색공장에 다니는 미끼씨(27·파키스탄)는 "방값이 워낙 비싸다보니 1백만원 안팎의 월급 가지곤 고향에 보낼 돈이 안남아 (고시원으로)들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리도 제대로 펼 수 없는 좁은 월세방에서 잘 때면 넉넉한 고향집 생각이 절로 난다"면서 "한국은 주택환경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다"고 하소연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방값보다 더 큰 고민거리가 있다. 한국인들의 노골적인 차별과 편견 등 부당대우.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시원 주인들까지 문전박대에 가세하기 일쑤라는 게 그곳에서 만난 외국인 근로자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슈먼씨는 "빈 방이 있는 걸 뻔히 알고 왔는데 방이 없다며 우리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임금을 제 때 주지 않거나 떼먹어 고시원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일도 허다하다. 한 파키스탄인은 "돈 때문에 왔지만,솔직히 한국사람들에게 실망해 목표액만 채우면 떠날 계획"이라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파키스탄 음식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조베르 칸씨(36)는 "한국 식당에 가면 똑같은 돈을 내고도 한국인만큼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며 "외국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이나 상점이 많이 생긴 것도 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산 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같은 외국인이더라도 서양사람과 동양사람을 차별하고 있다"며 "다양성을 인정하는 게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