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항의 세관원이 입국대에 선 저장성 출신 할머니에게 물었다. "이 유리병들 안에 무엇이 들었습니까?" "미사용 성수인데,프랑스에서 신부님이 담아주신 거요." 그래도 의심스러운 세관원이 그 중 하나를 골라 마개를 열자 코냑 냄새가 진동했다. "할머니,하실 말씀이 있습니까?" 그러자마자 그녀가 외쳤다. "오,만능의 천주시여! 이것이 기적이 아니면 무엇이 기적이란 말입니까." 인간을 만나면 인간 소리를 내고 귀신을 만나면 귀신 소리를 낸다는 저장성 사람들. 그들의 임기응변에는 적수가 없다. '비단 장사 왕서방 중의 왕서방',타고난 상(商)인종 소리도 그래서 듣는다. 오늘날 이즘(ism)은 짧고 흥정은 영원하다는 중국인들. 그들 곁에서 생활하고 10여년 이상 관계를 맺어온 두 한국인의 경험이 활자화돼 신간으로 나왔다. 외교관 출신 통상법 교수가 쓴 '황금중국'(강효백 지음,유스북,1만2천원)은 장소·인물별로 제공되는 정보가 매우 구체적이다. 든든한 배짱을 가진 탁월한 협상가이자 소리 소문 없이 부자가 된다는 윈저우 상인,포커 페이스의 달인 후베이인,천하의 서태후를 무릎 꿇게 만든 산시 갑부 등.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상 행위의 '표준'들이 지역별 경제지도 그리듯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또 중국 최초의 CEO(최고경영자)라 불리는 성쉬안화이,현재 여성 부호 2위인 다인 그룹 총재 장찬,대만의 최고 갑부 왕융칭의 성공 스토리도 재미있다. '중국 당당한 실리의 나라'(손현주 지음,리수출판사,1만3천9백원)는 그네들의 변치 않는 근성과 실용주의를 추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저자가 현지 친구들과의 교류를 통해 쌓은 비즈니스 노하우가 잘 정리돼 있다. '요즘 중국인의 최대 화두는 합작과 투자.그 말 아니면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 협상을 할 때는 직접 나서지 말고 현지인의 주선을 거치되 반드시 단체의 우두머리와 하라.' 주산을 만들어 3천년 동안이나 사용하고 지폐 어음 수표를 1천년 전부터 통용시켜 온 중국인들.최고의 덕담은 "궁시파차이(恭禧發財:부자되세요)"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