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원두커피 전문점 시장 1위인 스타벅스코리아는 얼마 전 쓴 경험을 했다. 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꼽히는 삼성동 코엑스몰 영화관 안에 있던 매장(아셈점)을 철수한 것.이 쇼핑몰에는 젊은 영화팬들이 평일에도 줄지어 몰려들어 국내 스타벅스 전체 매장 중에서 매출액 10위권에 드는 우량 매장이었다. 스타벅스가 이런 알짜 점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임대 회사가 계약 기간이 만료되자 임대료를 3백% 가까이 올려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명동점에서도 점포주가 임대료를 3백%가량 올려달라고 요구해 고민에 빠져있다. 서울 청담동에서 주한 일본인들을 상대로 상가 임대 알선 및 점포 인테리어 컨설팅업을 하고 있는 일본인 기무라 료지씨는 "외국계 상점들은 선진국 도시들에 비해 매출이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너무 센 서울의 임대료에 놀라고 장사가 될 만하다 싶으면 한꺼번에 2백~3백% 인상을 요구하는 임대주의 횡포에 두손을 든다"고 전했다. 청담동 명품의류점에서 바이어로 일하는 중국계 영국인 주드 림씨는 "파리 밀라노 런던의 명품 본사측은서울의 상가임대료가 매출액이 서울의 2배 이상인 도쿄 홍콩 싱가포르 등과 맞먹거나 오히려 더 높은 것을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서울의 경우 스타벅스 전체 매장 운영비 가운데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30% 정도나 되지만 미국은 10%,도쿄 홍콩 싱가포르는 15∼20% 정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급 승용차의 대명사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사례를 보자.지난해 싱가포르와 홍콩의 벤츠 판매량은 각각 3천1백74대와 3천1백27대.반면 서울에서의 판매대수는 싱가포르와 홍콩의 절반 정도인 1천6백16대. 독일 BMW의 경우 작년 서울에서 2천1백22대가 팔렸지만 이는 일본 도쿄의 최대 딜러인 'BMW도쿄'의 판매량(5천7백여대)에 비해 37%수준이다. 국내 BMW 관계자는 "도쿄의 나머지 2개 딜러 판매량을 감안하면 서울의 BMW 판매는 도쿄의 30%에도 미달하는 셈인데도 임대료 수준은 비슷하다"면서 "임대료가 낮아지면 차값을 그만큼 낮춰 불황극복에도 도움이 될텐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명품의류 판매회사 웨어펀 인터내셔널의 권기찬 사장도 "파리 밀라노의 점포주들이 명품브랜드가 세들면 점포 매력이 더해진다며 반기는 모습을 보면 부럽다"고 말했다. 세계 일류 다국적 기업들의 애로가 이 정도인데 한국에서 소소한 사업을 하는 중급 외국기업들은 오죽할까.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마케팅 업체 A사는 얼마 전 임대료 인상에 밀려 한국 지사 사무실을 서울 종로구 대학로 근처에서 변두리로 옮겼다. 이 회사의 리처드 로스씨는 "영업력이 신통치 않은 외국 회사들 가운데는 임대료 부담을 견디지 못해 철수를 검토하는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컨설팅회사 '쿠쉬맨 앤드 웨이크필드 힐리 앤드 베이커'(C&W H&B)가 지난해 45개국 2백29개 쇼핑가를 조사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중구 명동이 세계에서 10번째로 상가 임대료가 높았다. 명동의 지난해 ㎡당 연간 평균 임대료는 3천2백41달러(약 3백30만원)로 3위에 랭크된 일본 도쿄 긴자(3천3백48달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특히 아시아지역에서 서울 명동과 강남은 홍콩의 코즈웨이베이,시드니의 피트 스트리트 몰,도쿄의 긴자에 이어 각각 4,5위를 기록했다. 서울의 경쟁도시로 꼽히는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의 경우 아시아지역 10위 안에도 들지 않았다. 서울대 경영학과 주우진 교수는 "내수 규모에 비춰볼 때 한국의 임대료가 세계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외국기업들에 한국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수는 없고 도시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