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부동산 열기가 확산되면서 지난 90년대 말 이른바 '닷컴 열풍'식 투기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분석했다. NYT는 닷컴 열풍 속에서 많은 투자자들이 타격을 입었음을 상기시키면서 "부동산 열풍도 비슷한 운명을 맞을지 여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부동산 붐을 놓치면 바보'라는 것이 지금의 대세며,단기 차액을 노린 투기가 부동산 가격을 계속 치솟게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부동산 투자 과열=주식은 종이에 불과하지만 집은 들어가 살 수 있는 실체가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투자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은 통계치로도 뒷받침 돼 지난 2월 미국의 신규주택 판매가 최근 4년 사이에 최대폭 상승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90년대 말 '비이성적 과열'이란 책으로 증시 거품을 경고해 유명해진 예일대 경제학과의 로버트 실러 교수는 "과거 증시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우려된다"며 "다음달 부동산 투기를 우려하는 책을 발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세는 '과거 증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모기지론(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상승으로 위험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주택을 매입할 경우 세금 혜택이 있으며 미국의 전례로 볼 때 집값이 폭락할 위험도 낮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증시 자금은 속속 부동산 시장으로 이동 중이다. 전미 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거래된 주택의 4분의 1가량이 순수 투자 목적이었다. 단기 차액을 노린 핫머니가 부동산 시장에 몰려들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열기를 부추기는 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한몫했다. 지난해 6월까지 최근 3년 간 초저금리가 지속됨으로써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자금이 부동산쪽으로 대거 이동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주식보다 부동산이 낫다=부동산 투자 열기는 수익성 수치로도 뒷받침된다. 시장조사 기관 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부동산 붐이 특히 두드러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의 경우 주택가격이 연간 임대료의 35배에 달한다. 뉴욕과 웨스트 팜 비치의 주택가격도 연간 임대료의 25배가량으로 추산된다. 임대하는 것이 그만큼 싸지만 사람들은 투자가치를 감안,이 정도 부담은 감수하며 주택을 매입하고 있다. 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종목의 주가수익비율(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은 정보기술(IT) 열풍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3월 평균 32였던 것이 지금은 20 수준으로 크게 떨어졌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