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국 < 현대 자동차 사장 > -- [ 경총 최고경영자 연찬회 ]



"현대.기아자동차가 해외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것은 현지에 적합한 신제품을 적기에 투입했기 때문입니다. 고품질에 비싸지 않은 가격 역시 해외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이 됐습니다."


최재국 현대자동차 사장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신라호텔에서 최근 연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현대.기아차의 성공요인을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강의의 요약


◆해외에 나가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세계 자동차 6대 생산국 중 내수규모가 2백만대를 넘지 못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 주요국가의 평균 내수 판매대수를 살펴보면 미국 1천7백19만대,일본 5백84만대,독일 3백55만대 등으로 집계된다.


이들 국가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내수시장만 확실히 장악해도 회사 운영에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한국의 내수차 시장은 기껏해야 1백46만대 규모에 불과하다.


시장이 좁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안 된다.


판매량을 내수와 해외로 나눠 계산하면 해외로 진출해야 하는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현대차가 내수시장 점유율을 1% 높였다는 것은 판매량이 1만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1%를 높이는 데 성공하면 판매량이 60만대 늘어나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2007년까지 적어도 6백만대 이상의 자동차 수요가 생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 수요를 잡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는 '스피드'가 생명=현대·기아차는 지난 2003년 세계시장 판매량이 3백만대를 돌파했고 세계 자동차 매이커 중 7위를 달리고 있다.


인도나 중국 같은 신개척지에서의 성과는 더욱 두드러진다.


인도에서는 지난해 21만5천대를 판매,해외 자동차 메이커 중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총 판매량은 14만4천대.폭스바겐 GM 혼다에 이어 4위의 성적이지만 진출 2년 만에 일궈낸 성과치고는 무척 높은 편이다.


한때 해외시장에서 '가격이 싼 것 빼고는 장점이 없다'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던 현대·기아차가 해외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R&D(연구개발)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자동차의 품질을 세계수준으로 높였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여부를 결정짓는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컨슈머 리포트지의 자동차 브랜드별 신뢰지수에서 현대차는 도요타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가격은 적정선에서 묶었다.


현대·기아차 판매전략의 핵심은 '밸류카(value car) '다.


도요타 혼다 등 경쟁업체와 비교해 품질은 전혀 떨어지지 않지만 가격은 다소 낮게 책정한다는 것이 '밸류카'가 갖는 의미다.


중국이나 인도 같은 새로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원인은 신속한 투자결정에 있었다고 본다.


인도의 경우 업계 최초로 단독 투자방식으로 진출해 현지공장을 세웠다.


자동차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핵심 협력업체들도 같이 데려갔다.


경쟁업체들이 진출여부를 고민할 때 이미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기에 인도시장 선점이 가능했다.


중국 시장 진출도 눈깜짝할 사이에 이뤄졌다.


투자의향서 체결에서 회사설립까지 8개월에 끝냈다.


◆공장과 R&D시설 모두 해외로 옮긴다=지금까지의 '글로벌 경영'은 해외로 수출을 많이 한다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생산·연구시설을 얼마나 해외로 이전했는가가 글로벌화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본다.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 경제블록화는 이미 대세다.


자유무역협정을 여러 나라와 체결했거나 경제블록이 형성된 곳은 현지법인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가간에 체결된 FTA는 모두 3백여개.이 정도면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관세를 다 물어주고 수출을 할 경우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경쟁업체를 당해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의 해외공장 수는 모두 6개.41개의 해외공장을 가진 GM이나 33개를 가진 도요타에 비해 갈 길이 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지생산-현지판매'를 넘어선 '현지생산-주변국 판매' 전략을 쓸 계획이다.


인도공장에서 만든 차를 인도 인근의 파키스탄 스리랑카 등에 파는 것이 '현지생산-주변국 판매' 전략의 예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인도 공장은 인근 국가를 겨냥한 소형차 생산에,터키공장은 유럽국가에 판매할 유럽형 차량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