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대 도시인 오사카에 사는 미야모토씨(43)는 상장기업 A사에 다니는 전형적인 중산층 셀러리맨이다. 올해로 입사 20년째인 미야모토씨는 부인과 맞벌이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의 70%가량을 고스란히 은행 융자 상환에 쓴다. 15년 전 6천만엔을 주고 산 30평짜리 집은 지금 2천만엔. 1980년대에 집을 구입했던 일본인 중에는 미야모토씨와 같은 사람이 허다하다. 2003년 중반부터 일본 경제가 장기불황에서 탈출했지만 소비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70~80년대 일본은 무역흑자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났다. 일본 국내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개발붐이 불면서 땅값 집값은 물론 골프장 회원권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부동산값이 너무 치솟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벤츠 BMW자동차,루이비통 수준의 명품브랜드가 아니면 감히 도쿄 긴자에 쇼룸을 낼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였다. 미·일 통상협상에서 '일본의 부동산값이 너무 높아 외국기업 등의 일본 진출을 가로막고 있으므로 일본 정부차원에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미국측의 요구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었다. 그러나 일본 기업에 대한 투자매력이 식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90년 새해부터 미끄러지기 시작해 2003년 4월이 돼서야 7천6백엔선의 바닥을 확인했다. 부동산은 주식보다 2년 늦게 하락세를 타기 시작한 뒤 작년까지 14년째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부동산버블에 대한 반성을 하고 있다. '일본경제를 배운다'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이와타 기쿠오 가쿠슈엔대학 교수(경제학)는 "부동산 버블이 잉태한 왜곡된 경제 시스템이 일본의 장기불황을 불러왔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를 연구해온 일본 모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한국도 내수불황에서 빨리 탈출하지 못하면 은행대출로 뒷받침되고 있는 부동산시장의 버블이 꺼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의 소득 수준이나 내수 규모에 비춰볼 때 부동산가격은 기형적으로 높은 게 사실"이라면서 "국토 및 도시개발을 하드웨어보다는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