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뭐 했느냐고요? 시험봤는데요." 초·중·고교 월 1회 토요일 첫 휴무가 시작된 지난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만난 대치초등학교 6학년 이모군(12)은 '오늘 무엇을 했느냐'는 물음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주5일 수업을 시작하면 사교육이 창궐할 것이라는 교육계 일각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전국 1만7백여개 초·중·고교가 일제히 월 1회 주5일 수업제를 시작한 26일 주요 학원들은 진단평가,보충수업 등을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일선학교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토요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 운영은 미숙하기 짝이 없어 제도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사교육 업체들과 대조를 이뤘다. ◆토요일은 시험보는 날=처음으로 토요일에 학교를 쉬게 된 아이들은 '꿀맛' 같은 시간을 보냈을까.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만난 학생은 예외였다. 3백여개에 달하는 학원들이 토요일 오전에도 학원수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수학을 배운다는 대치초등학교 6학년인 김모군(12)은 "한달에 한번 학원에서 치르는 시험 때문에 오전 7시에 일어났다"며 "다른 친구들도 대부분 학원에서 오전 10시부터 시험을 봤다"고 말했다. A논술학원 원장은 "현재는 학원들이 노는 토요일을 진단평가나 보충수업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조만간 토요일을 겨냥한 강좌가 나올 것"이라며 "특히 유명 학원강사가 학부모의 요청으로 팀을 짜 가르치는 논술과외는 토요일에 실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토요 휴무제를 반기는 것은 교육업체도 마찬가지다. 인터넷교육업체들은 학교수업이 빡빡해 장시간의 온라인강좌를 듣는데 어려웠던 학생들이 사이트로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사업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두산에듀클럽(www.educlub.com)은 오는 31일 오픈하는 중간고사 특강부터 주요 과목 이외에 기술 가정 도덕 음악 미술 체육 한문 등을 포함시켰다. ◆일선학교 토요 프로그램은 허점 투성이=일선학교가 맞벌이부부 자녀들을 위해 마련한 '토요 특기적성 프로그램'은 준비부족으로 불만이 집중됐다. 26일 오전 서울시 강북구 번동초등학교.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토요 프로그램 운영 선도학교'인 이 학교에는 1백30여명의 어린이들이 등교,학교가 마련한 연극놀이 과학조립 동요부르기 NIE(신문활용교육) 구슬공예 등의 수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이내 지루함을 느끼거나 수업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나머지 복도와 학교 건물 주변을 배회하는 아이들이 생겨났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특정 인기 수업에 편중되자 학교측에서 인기 수업에는 고학년들을,비인기 수업에는 나머지 학생들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NIE 수업에 참여하던 이정욱군(4학년)은 "원래는 과학조립반으로 가고 싶었지만 희망자가 너무 많아 원하지 않던 NIE 수업에 들어오게 됐다"며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교사들 역시 여러 학년을 섞어서 교육하다 보니 수업수준을 맞추기 어려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유원지 박물관 등은 '북적'=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 중 상당수는 아이와 함께 박물관 놀이공원 등을 찾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천 서울랜드의 경우 26일 오전까지 지난주 오전 방문객의 두배가 넘는 1만5천여명이 찾았다. 박물관에도 가족단위 관람객이 급증했다. 서대문구 자연사박물관의 경우 지난주 토요일(19일) 1천3백여명이던 관람객이 26일 5천3백여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송형석.김현예.유승호.안정락.차기현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