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금의 해외펀드 투자에 비상이 걸렸다. 투신운용회사들이 운용수익률이 높은 해외펀드 투자를 위한 국내 자금 조성을 늘리고 있지만 자금투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운용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투신운용사들은 해외투자용 펀드 오브 펀드(fund of fund)를 설정,외국의 유력 금융회사와 투자 협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자금 여부 파악을 위한 고객 명단 제출을 요구받는 등 사실상 운용을 거부당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융실명법에 의해 고객 명단을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외국 금융회사들이 이처럼 까다로운 운용 조건을 요구하는 것은 한국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에 가입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등 국제금융계에서는 이라크 내전 사태가 장기화하는 등 국제테러사태가 빈발하면서 FATF 미가입국 자금에 대해서는 테러·마약 연계 가능성 등을 이유로 자금 운용에 부쩍 신중을 기하고 있다. A투신운용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공신력을 담보로 자금을 받아들이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갈수록 자금출처 심사가 깐깐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투신운용사나 자산운용사는 상대적으로 자금 심사가 덜 까다로운 대신 운용수익이 높지 않은 외국계 중급 펀드로 투자처를 옮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B투신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형이 아닌 사모형 펀드의 해외펀드 재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국 운용사가 설정한 해외펀드를 판매하고 있는 은행도 사정은 비슷하다. C은행 관계자는 "피델리티 등 미국의 유명 펀드회사가 자금출처 확인요건을 엄격히 제시하고 있으며 협의가 안될 경우 판매대행 의뢰를 철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이 '자금투명성 후진국'으로 간주돼 해외펀드 투자에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정부는 FATF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4월중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부처간 실무협의를 갖고 6월까지 자금세탁방지 로드맵을 만드는 등 FATF 가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