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짜리 냉장고 한 대 팔면 10만원도 채 남지 않는데 수출가격은 9만8천원이 떨어지고 재료비는 3만8천원 정도 올랐습니다.다른 비용을 쥐어짜지 않으면 도저히 흑자를 낼 수가 없습니다." 주요 기업들의 수출 채산성이 심각한 지경에 도달했다. 환율이 최근 약간의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년 사이에 달러당 원화 환율이 1백50원 가량 하락한데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저환율.고원가 구조로 인해 자동차 전자 등 수출주력 품목들의 채산성이 10~20% 약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상당수 대기업들이 영업이익률이 10% 언저리에 머물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적자를 내고 있는 품목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급락하는 수출가격 지난해부터 대당 6백12달러에 미국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는 7백30ℓ급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1년 사이에 대당 원화 환산가격이 9만8천5백32원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월 평균 환율 1천1백66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의 가격은 71만3천5백92원이었으나 이달 들어 평균 환율이 1천5원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강판·플라스틱 등의 재료비와 컨테이너 수송비가 3만8천1백63원 늘어났다. 결국 해당 기업이 실질적으로 부담하게 된 금액은 대당 13만6천6백95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9.1%나 수익성이 저하된 결과가 됐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배기량 2천cc급 중형 승용차의 경우 연초 수출가격을 일부 인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 비해 11.9% 정도 채산성이 악화됐다. 수출가격 인상분은 대당 50만원선에 그쳤지만 환율 하락에 따른 가격 하락분 1백5만9천원과 재료비 상승분 27만2천원을 합산하면 전체적으로 대당 1백33만1천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셈이다. ◆폭등하는 원·부자재 가격 그동안 원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받아온 철강재 못지않게 플라스틱과 화학제품 가격 상승 역시 제조업체들의 목줄을 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유가가 50% 정도 오르면서 냉장고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제품인 '레진(resin)' 가격도 비슷한 폭으로 올랐다. 7백30ℓ 냉장고 기준으로 관련 재료비가 3만5천원에서 5만2천5백원 수준으로 뛴 것.플라스틱 제품이 많이 들어가는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또 알루미늄 가격 상승 여파에도 시달리고 있다. 가장 수요가 많은 알루미늄판 판매가격은 최근 1년 사이에 t당 7.26% 상승했다. ◆고착되는 저환율-고원가 구조 업계의 고민은 저환율과 고원가 구조가 완전히 정착될지도 모른다는 데 있다. 환율은 최근 약간의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지만 중국 위안화의 전격적인 평가절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고 달러화 약세 기조를 되돌릴 만한 징후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여기에다 원자재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상승할 조짐이다. 이미 BHP빌리턴을 포함한 브라질 광산회사들이 철광석 가격을 1백% 인상해줄 것을 포스코 등에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물류비도 들썩거리고 있다. 요즘 냉장고의 대당 수송비용(미국 운송 기준)은 14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2달러 늘어났지만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주요 선사들은 오는 5월부터 운임을 10∼15% 올린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다. 6월15일부터 11월 말까지는 성수기 할증료도 부과될 예정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협력업체들도 제조원가 상승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여서 납품단가 인하 요청도 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정부가 환율만이라도 제대로 관리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줄여주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