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1천원선 붕괴를 위협받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18일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1천10원선을 회복하면서 환율의 대세 상승국면 전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 행진이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에 마침표를 찍었다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원.달러 환율도 더이상 하락할 여지가 사라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달만에 1천10원선 회복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 4차례에 걸쳐 1천10원 돌파를 시도한 끝에 24일 1천13원30전에 마감,한달여만에 1천10원선을 회복했다. 25일에도 1원10전 오르면서 1천14원40전에 지난 주 거래를 마쳤다. 불과 보름여 전만 해도 장중 한때 1천원선이 붕괴되는 등 외환 당국에 진땀을 흘리게 했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이처럼 흐름이 확 뒤바뀐 데 대해 하종수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차장은 "최근들어 국내 외환시장에 달러 강세(환율상승) 요인이 넘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우선 지난 22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달러화가 엔화·유로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외국인 주식순매도가 17일째 계속되고 있다는 것. 여기에 40억달러 안팎의 외국인 배당금 송금 수요도 대기하고 있으며,지난 2월 21억7천만달러에 달했던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3월에는 한자릿수로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공급도 그만큼 줄어들어 환율 상승압력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환율 하락의 주 요인 중 하나였던 수출업체들의 환전 수요가 여전히 꺾이지 않는 등 환율의 대세상승국면 진입을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하 차장은 "환율 속락으로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업들 사이에 1천10원 이상일 때 팔아놓으면 나중에 손해 보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가 형성돼 있다"며 "기업들의 달러 매도가 향후 환율 움직임의 주요 변수"라고 설명했다. ◆관건은 미 달러 향방 외환전문가들은 미 달러화가 원화 뿐 아니라 엔화와 유로화에 대해서도 최근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들어 1백4엔대에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22일 이후 6일 연속 상승,1백6엔대로 올라섰고 유로화에 대해서도 지난 16일 유로당 1.34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 24일에는 1.29달러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난 2002년 초부터 시작된 약달러 시대가 막바지에 달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광주 한국은행 국제국장은 "달러가 약세를 보인지 3년 정도 지났는 데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미국이 더이상 달러약세에 의존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도 "지난 2년간 저금리의 달러 자금을 빌려 신흥시장과 원자재 시장에 투자했던 국제 투자자금이 미국 금리 인상을 계기로 빠져 나가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도 잠잠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계들의 부채가 많은 미국이 금리를 급격하게 올릴 가능성은 낮은 데다 달러 약세의 주 요인이었던 경상수지 적자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라며 "약달러 시대가 마감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