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신도시.


일산시장로를 따라 버스터미널 맞은편에 자리잡은 콤마치킨 일산점.


10평이 채 안되는 매장이 임진옥씨(40)의 사업장이다.


그는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주머니 같은 인상을 지녔다.


꼬마 손님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단골로 드나드는 것도 임씨의 넉넉한 마음 씀씀이 덕분이다.


그는 장사를 통해 '베푸는게 버는 것'이란 사실을 배웠다.


외국인 근로자 수십명이 단골고객이 된 건 우연이었다.


하루는 인근 아파트 건설공사장에서 일하는 러시아인 부부가 들렀다.


1천원짜리 꼬치 하나에 2천원짜리 생맥주 한잔씩 먹고 싶다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임씨는 상관없다며 친절히 대해줬다.


나가는 부부손에 '집에 걸어놓으라'며 캘린더도 쥐어주었다.


그 뒤 부부는 공사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더기로 몰고왔다.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들은 생일잔치를 할 때면 잊지않고 임씨 매장을 찾는다.


임씨 매장은 원래 구두점을 하던 곳이다.


권리금 6백만원과 임대보증금 1천만원을 주고 임차했다.


인테리어를 하고 주방기기와 집기 등을 들여 놓고나니 모두 6천만원이 들었다.


창업자금은 저축한 돈과 대출금,친지로부터 빌린 돈 등을 달달 긁어모아 충당했다.


남편은 책과 캘린더 등을 만드는 일에 종사하는 제본 기술자.


"애들이 중,고등학교 다니는데 학원비가 좀 많이 들어요? 남편도 나이가 들고 일감도 줄어들고 해서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주부가 할 수 있는게 많지않고 가진 돈도 얼마 없어 손쉬운 걸 고르기로 했어요."


지난해 2월 24일 매장을 오픈했다.


한동안은 가슴을 졸였다.


전 재산을 다 털어넣다시피 한 창업이었기 때문.조류독감 태풍이 지나간 뒤라 언제 또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두달이 지난 4월말,배달을 나갔던 남편이 초등학생과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친 학생은 피범벅이 됐고 남편 얼굴엔 핏기가 사라졌다.


"3일간 매장 문을 닫고 두려움에 떨었어요. 만약 다친 아이 뇌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엄청난 치료비를 감당해야 하지 않겠어요. 밥 한 숟가락 못 먹겠더라구요. 다행히 타박상밖에 없고 아이 부모님이 좋은 분이어서 한 시름 놓았지요."


임씨 부부는 아이가 퇴원한 뒤에도 한달간 치킨을 들고 집으로 찾아갔다.


두달뒤 남편은 오토바이가 전복돼 다리 인대가 늘어나는 사고를 당했다.


지금도 남편이 배달을 나갈 때면 임씨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라며 무사히 돌아오길 기도한다.


맥주 소주 등 술을 함께 팔다보니 1차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술꾼들이 들르는 경우가 있다.


노가리나 치킨 안주로 2차를 즐기는 것까지는 좋았는데,"돈 없다,배째라"며 무전취식하는 주당 다루기가 임씨는 가장 힘들다.


가끔 과음한 취객은 매장안에 구토를 해 난감한 적이 한두번 아니다.


그래도 한달에 1천만원 이상 꼬박꼬박 오르는 매출은 임씨의 가장 큰 위안이다.


순익은 4백만원 안팎.


"오전 11시에 가게 문을 열어 다음날 새벽 1시에 집에 들어가는 일과 때문에 아이들을 보살펴주지 못하는게 늘 마음에 걸려요. 집에 들어가서는 바로 자지않고 1시간 남짓 아이들과 얘기하다 잠자리에 들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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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