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낮 원인모를 화재로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진 미아리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이 법적 배상을 받기 위해선 경찰이나 소방관서, 업주 등의 불법행위가 충분히 입증돼야 한다. 성매매업소 화재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로는 2000년 9월 전북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 화재로 숨진 여종업원 3명의 유족 13명이 국가와 업주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국가와 업주가 공동으로 유족들에게 6억4천여만원을 배상하도록 한 지난해 9월 판결이 유일하다. 당시 재판부는 "경찰은 성매매여성들이 업소에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받으면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제지하거나 단속하지 않은 채 업주들에게서 뇌물을 받으며 성매매를 방치한 잘못이 있다"며 위자료 지급을 명령했다. 하지만 법원은 국가에게 `불법 성매매 방치 책임'을 물었을 뿐, 화재는 국가(경찰)나 지자체(소방관서)가 책임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001년 1월 발생한 군산시 개복동 성매매업소 화재 사건과 관련한 하급심도 국가기관의 화재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2개 재판부는 지난해 5월 개복동 성매매업소 사망자 13명의 유족23명이 윤락업주 부부와 국가, 군산시, 전라북도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업주의 책임만 인정한 것이다. 이들 재판부는 ▲업주들이 식별이 어려운 특수자물쇠로 감금했고 ▲경찰의 여종업원 심층면담에서 감금행위 신고가 없었으며 ▲ 화재예방은 경찰 책임이 아니고 ▲군산 대명동 윤락업소 화재사건 후 소방공무원들이 화재예방점검을 실시한 점을 들어 국가와 지자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미아리 텍사스의 경우 사고 전날 성매매여성들이 경찰에 연행돼 조사까지 받고 상담센터 입소 권유도 받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영업을 계속한 것으로 알려져 군산 사건보다 국가 책임을 묻기가 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3조의 `국가와 지자체는성매매를 방지하고 성매매피해자 등의 보호와 자립의 지원을 위해 법적ㆍ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행정적ㆍ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유족들은 국가의 배상책임 문제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소들이 일반주택으로 등록된 건물에서 성매매 영업을 해온 점에 비춰 이번 사건이 법정으로 비화될 경우 관할구청의 불법용도변경 묵인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업소가 소방법 규정에 따라 건물내 소방시설 및 피난ㆍ방화시설 기준을준수했는지, 소방당국이 단속을 제대로 했는지 여부와 함께 소방당국이 일반 화재의경우보다 더 무거운 책임을 질만한 사안인지 여부도 배상문제 결정에 중요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경찰의 현장조사에서 불법 감금장치는 발견되지 않은 이상 유족들은 일단업주에게 `불법감금 성매매' 책임이 아닌, 소방시설 미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주는 현재 달아난 상태여서 유족들이 배상을 받는데는 적지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