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업 e러닝‥안경태 <삼일회계법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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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태 < 삼일회계법인 대표 ktahn@samil.co.kr >
정보기술(IT) 강국인 우리나라는 인터넷 분야에서 눈부신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e러닝(전자학습) 분야는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는 것 같다.
시스코시스템스 전 회장 존 체임버스는 인터넷에서 가장 많은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가 e러닝이라고 하면서 온라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2천명이 넘는 임직원에게 늘 새로운 지식을 공급하고 싶은 나의 바람에 비춰볼 때 e러닝은 참으로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오프라인 교육과 비교할 때 e러닝은 장점이 많다.
우선 원하는 시간에 아무 곳에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니 업무에 큰 지장 없이 교육이 가능하다.
또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많은 사람이 반복해서 이용할 수 있으니 경제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인터넷 속도가 빨라져 집합교육 못지 않은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매력이다.
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더라도 e러닝의 이러한 장점을 적절히 혼합시킨다면 더욱 높은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e러닝 시장을 좀 더 깊이 살펴보면 전문성 높은 고급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의 e러닝 제품이 어학이나 리더십 분야에 집중되어 있고 직무 관련성이 높은 전문 분야의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e러닝에 대한 정부의 교육훈련비 환급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기업에서 교육을 실시하면 정부에 납부했던 고용보험료의 일부를 환급해 주는 제도가 있는데 저가 제품일수록 상대적으로 높은 환급률을 적용받는다.
현행 제도 하에서는 질 높은 고가의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려는 동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
e러닝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려는 교육기관에 너무 엄격한 등급제를 적용하는 것도 창의력 있는 신규 업체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기업에서 e러닝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자체 제작은 교육 수요가 많은 일부 과정에 국한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교육 수요를 외부 전문기관 콘텐츠에 의존해야 하는데,기업의 다양한 교육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값이 좀 비싸더라도 전문성 높은 고급 제품들이 e러닝 시장에 더 많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업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교육훈련비 환급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