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3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궁지에 몰렸다. 여야 인사들은 줄줄이 검찰에 불려갔다. 특히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 이미지로 인해 그야말로 '바람앞의 등불' 처지가 됐다. 그래서 여야는 '클린정당'을 위한 강도높은 대책들을 쏟아내며 유권자 구애 경쟁을 벌였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공직자 주식백지신탁제 도입과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공직자비리수사처 설립,불법자금 국고환수 등을 내걸었다. 한나라당은 또 불법 대선자금 환수를 위한 천안연수원 매각도 약속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정치권은 똑같은 약속을 되풀이하고 있다.이달초 투명사회 협약이 계기가 됐다. 여야는 4월 임시국회에서 주식백지신탁제 처리를 약속했다.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및 불법대선자금 국고 환수 문제도 논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치권이 이같은 말을 또다시 하는 것은 지난 1년간 허송세월했다는 방증이다. '깨끗한 정치'다짐은 말뿐이었고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시류 따라 공약했다가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여야는 '공약남발당'이라는 소리도 듣고 있다. 뿐만 아니라 17대국회 들어와서 의원들의 비리 혐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불법대선자금을 둘러싸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서로 책임을 미루며 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백지신탁 도입이나 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문제 등의 공론화 장은 겨우 마련됐지만 여야 합의 도출까진 '산넘어 산'이다. 백지신탁의 경우 신탁대상자의 범위,부동산 포함 여부 등을 놓고 여야가 첨예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비리수사처도 관할권 문제로 여야가 맞서고 있다. 이러다가 또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에 그쳐 정치권이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약속을 되풀이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