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들이 회계감사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국민은행을 붙잡기 위해 치열한 물밑경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안진 안영 삼정 등 대형 회계법인들은 지난해 국민은행의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계기로 그동안 삼일회계법인이 맡아왔던 국민은행의 외부감사인이 올해부터 교체되는 점을 겨냥,회계사 수를 대폭 늘리는 등 수주전을 본격화할 태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는 내달 초 국민은행의 새 외부감사인을 지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삼일과 함께 '빅4' 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하나안진 안영 삼정 등 대형사들은 이미 국민은행 수주전에 뛰어든 상태다. 모 회계법인 관계자는 "일부 업체는 국민은행 수주를 위해 대표급 파트너들이 긴급회의를 갖는 등 이미 활발한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2위인 하나안진과 3위인 안영은 수주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현재 각각 8백여명과 7백여명인 공인회계사 수를 확대하는 전력보강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계법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 숫자가 많을수록 대형사의 외부감사를 맡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재규 금감원 회계제도실장은 "이달 31일 기준으로 소속 회계사 규모 등을 감안해 회계법인별 점수를 산정,다음달 초 국민은행의 외부감사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계법인들이 이처럼 국민은행에 관심을 쏟는 것은 회계감사 등 회계 관련 각종 서비스 보수가 연간 80억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이 있어 업계 내 위상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형사라 해도 1년 매출액이 1천억원 안팎에 불과한 현실에 비춰볼 때 국민은행을 붙잡은 업체는 자연히 위상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