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학 교수가 중국어를 가르친다' 이는 국내 대학 어학강좌나 전문 외국어 학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기도 김포의 한 시골 초등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포지역 서쪽 농촌마을인 대곶면 석정리 석정초등학교가 이번 학기부터 중국지난(濟南)대학 중어중문학과 류홍매이(劉紅梅.여)교수를 초빙, 전교생 150명에게학년별로 매일 한시간씩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학교측은 지난 2월 지난대학과 향후 5년동안 중국어를 교육할 교수 한명을 파견하기로 약속하는 '우호교류협의서'에 서명했다. 중국어 교수를 파견받게 된 것은 이 학교 이근택(李根澤.56) 교장이 개인적으로인연을 맺게 된 지난대학 총장에게 학생들의 중국어 구사능력 향상을 위해 특별히부탁해 이뤄졌다. 교수에게 지급되는 봉급은 월 90만원이 전액이고, 다만, 이 교장은 감사의 표시로 관사를 유 교수에게 내주고 자신은 학교 숙직실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학교는 또 영어와 일본어도 원어민 교사를 채용, 전교생에게 매일 한시간씩 가르치는 등 외국어 교육에 각별히 정성을 쏟고 있다. 학생들은 월 3만8천원으로 매일 3시간씩 원어민 교사로부터 3개 외국어를 배우고 있는 셈. 아울러 2학년 이상 희망 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술과 수학, 컴퓨터반을 매일 개설,운영하고 있다. 이런 외국어와 특기.적성교육 등으로 이 학교는 정규수업 시간표가 10시간으로짜여져 있어 보통 오후 5∼6시는 돼야 수업이 끝난다. 특히, 지난 2003년 11월 교내에 시골학교로는 적지 않은 3억5천만원을 들여 국내 초.중.고교 가운데 최초로 '석정 천문대'를 설치,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을높이고 있기도 하다. 천문대는 가격만 7천만원하고 지름이 356㎜인 일제(日製) 반사굴절망원경이 설치돼 있어 수성과 화성, 명왕성등 태양계는 물론 성운, 성단, 태양 흑점 등을 24시간 관측할 수 있으며, 이밖에 다양한 첨단 관측장비가 갖춰져 있다. 학교측은 외국어.컴퓨터 교육 뿐만 아니라 각 과목에 대한 월단위 평가를 실시하는 등 학업 성취도를 높여 석정초교 학생들의 학습능력이 김포지역에서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학교의 이같은 열정과 노력이 입소문으로 알려지면서 지난 2002년 3월 학생수(48명)가 적어 폐교 위기에까지 몰렸으나, 이젠 김포시 장기동과 통진면, 수도권등 다른지역에서 전학오는 학생들이 많아 학생수가 150명에 달해 활기에 차 있다. 또 지난해 11월 '아름다운 학교운동본부'와 대한교과서㈜가 공동 주관한 전국초.중.고교 평가에서 교수학습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이 교장은 내달 1일 올해의 김포시 대상(교육부문)을 수상하게 됐다. 또 김포시는 학교의 적극적 교육에 대한 답례로 이달초 37인승 중형버스를 구입,기증하기도 했다. 학교측은 올 여름방학부터 20∼30명을 선발해 지난대학에 3주간 중국문화체험교실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딸 아이가 이 학교 5학년인 문왕주 학교운영위 위원장은 "학교에서 적은 돈으로늦은 시간까지 3개 외국어를 가르쳐 주고 있어 농사를 짓는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을크게 덜어주고 일할 시간도 더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아들이 5학년인 한 학부모(48.여)는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친구들과 잘사귀지도 않아 걱정하던중 석정초교가 원어민 외국어교육과 특기교육을 한다고 해전학을 시켰다"면서 "집에서 학교까지 승용차로 30분 걸리지만 학교를 옮긴뒤 공부에 재미를 붙이고 한결 밝아졌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이근택 교장은 "지난 2002년 3월 학교에 부임해 와보니 학생수는 40여명으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었다"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11명의 교사가 나서 원어민교사를초빙하고 하루 10시간씩 수업을 강행해 학생들의 성적이 우수하다고 소문이 나자 이젠 타 지역에서 학생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포=연합뉴스) 김창선 기자 chang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