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대륙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이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해 전략적으로 중요한 아프리카에서 미국의 힘은퇴조하고 있지만 중국은 무서운 기세로 영역확대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 하나. 보도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말 에티오피아가 인접국 에리트레아와 전쟁에 돌입했을때 미국은 에티오피아 주재 평화봉사단을 철수시키는 등 소극적인 대응책으로일관했다. 그러나 중국은 치안불안을 야기하는 전쟁상황과 미국이 발을 빼는 것을 오히려호기로 보고 더 많은 외교관과 기술자, 교사, 기업인들을 에티오피아로 보냈다. 신규 원조제공 등 후속지원이 봇물 터지듯 뒤따른 것은 불문가지의 일이다. 그후 자연스럽게 에티오피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다른 나라의 추종을 불허할정도가 됐다. 중국대사관이 규모면에서 최대에 속하게 됐고, 고속도로, 발전소, 이동통신망 등 사회기간시설 구축과 관계된 대부분의 사업은 중국 기업 몫이 됐다. 중국은 에티오피아에서 최근에 유전개발과 군사기지 건설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원유 부국인 나이지리아에선 중국이 철도망 재건 사업을 주도하고 있으며, 르완다에선 중국 기업들이 도로포장 사업의 80% 이상을 맡고 있다. 또 10여개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이뤄지고 있는 원유ㆍ천연가스 탐사 및 전력ㆍ통신망 재건 사업이 중국기업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잠비아에선 최대 구리광산 중 한곳을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소국(小國) 레소토에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슈퍼마켓의 절반 가량과 상당수의 의류업체를 중국 기업인들이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특히 지난해 아프리카 유전사업에 100억달러 정도를 투자하는 등 에너지공급원으로서의 아프리카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셰브론 텍사코와 엑손 모빌등 석유메이저들이 활동중인 앙골라의 에너지 부문에도 적극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는 중국 원유 수입량의 3분의 1 가량을 대주는 최대 공급선으로 떠올랐다. 이는 전통적으로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원이었던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현재 수입하는 양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중앙 정부의 치밀한 계획 아래 추진되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천연자원 확보같은 경제적 포석 외에 세계 최강대국의 지위를 노리고 있는 중국의 야심과 무관치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전세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고 유엔 같은 국제기구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주도세력으로 부상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 가난한 54개의 나라로 이뤄진 아프리카를 미래에 자국 상품을팔아줄 잠재시장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장기 비전도 아프리카 진출을 가속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독재 및 폭압 정권 등에 교역금지 같은 제재카드를 수시로 발동하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실리차원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중국 정부의 외교전략도 아프리카 진출에도움이 되고 있다. 또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전략적인 지원으로 수익구조를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국영체제여서 수익이 나는 사업에 매달릴 수 밖에 없는서방기업들에 비해 경쟁의 우위에 서 있다. 이런 배경에 힘입어 아프리카 진출을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은 미국에겐 위협이 되고 있다. 실제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자국에 대한 테러의 발원지로 지목돼 온 중동에 더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정책에 집중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잃어가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아프리카 담당 차관보를 지낸 월터 칸스타이너는 AWSJ와의 회견에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또 미 하원 아프리카 소위 소속인 에드 로이스 의원도 "급성장하는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미국으로선) 우려할만하다"면서 중국이 위치를 확고히 하기 전에 미국도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 미국의 긴장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