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민노총, 조건없는 노사정 복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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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英凡 < 한성대 교수ㆍ경제학 >
노사정위원회의 복귀를 둘러싸고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가 대의원대회와 관계없이 노사정 대화복귀를 선언하는 등 우리나라 노사관계 개선을 위한 청신호가 오랜만에 켜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노사정 대화 복귀 선언 이후의 사태진전을 보면 과연 실질적인 노사정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민주노총이 폭력사태 등 내분을 겪은 이유는 노사정위원회로의 복귀에 대해 지도부와 강경파 사이에 합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민주노총 지도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아닌 노사정대표자회의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또한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회의로의 복귀 목적을 정부가 4월 입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법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히 하고 있다.
노사정간에 합의돼 지난 해 2차례 열린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원래 노사정위원회의 개편과 노사관계 로드맵에 관한 노사정간의 협의를 위한 것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노사정 대화로의 복귀가 우리나라 노사관계 개선의 구조적인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 입법의 저지를 위한 전술적인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이와 같은 의구심이 더욱 들게 하는 것은 민주노총이 4월1일 비정규직법의 저지를 위한 경고성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노조,항운노조의 채용비리,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에서의 폭력사태 등은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자리매김을 한 노동운동의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우리 모두에게 자문하게 하고 있다.
서울시는 금년에 복원되는 청계천의 일부 거리를 '전태일거리'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사후 1백년이 지나야만 인물이름이 거리에 붙여질 수 있다는 당초의 방침을 변경해 전태일거리를 지정하기로 한 서울시의 결정은 전태일씨 개인뿐 아니라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의 발전에 기여한 것을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최근 기아자동차노조가 채용비리와 연관된 노조원들에 대한 회사측의 징계 조치에 대해 절차상 이유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소위 '소수의 그들만의 노동운동'으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해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로서 자괴심을 가지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의 주변상황은 구한말의 시대 상황을 연상시킬 정도로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노동운동이 과거와 같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지는 못 할지라도 발전의 저해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은 조건 없이 노사정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에 자유로울 수 없는 대기업 노조들이 주축이 돼 있는 민주노총이 정규직 노조와 근로자의 양보 없는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을 주장하는 것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지가 없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비정규직법은 정부의 안을 토대로 해 국회에서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제정하기로 여야간에 합의된 상태다.
민주노총도 국회의 장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국회에 민주노총이 주도한 민주노동당 소속의 국회위원이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노사정 대화와 협의에 의한 노동정책의 추진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네덜란드식,아일랜드식 노사정합의 등 정부 일각에서 제시하는 노사정합의 방식은 우리 사회에서 실현되기는 현실적으로 괴리가 너무 크다.
서유럽과 우리 나라의 노동운동 구조가 상이할 뿐 아니라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에 대한 대응방식 등 서유럽사회는 민주사회의 토양이 우리보다 훨씬 풍부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의 협의와 합의가 안 된다면 그와 같은 상황을 전제로 하고 지금의 노사정위원회를 토대로 해 정부는 노사관계 현안을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