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놔두면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중환자'가된 산재보험제도가 40년만에 수술대에 오른다. 서비스 향상과 재정 안정을 꾀하되 보험모집인과 같은 `반쪽 근로자' 등을 새로산재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고 보험료만 축내는 `나일론 환자' 등은 과감히 골라내는 쪽으로 개선되는 것이다. 노동부는 산재보험제도 혁신을 위해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ㆍ산재의료원 임원,외부 전문가 등 21명으로 구성된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를 30일 발족시켜 구체적인 혁신 방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산재보험제도 대수술 배경= 산재보험제도는 1964년에 도입돼 재해근로자에 대한 치료와 소득보전, 사회 복귀 촉진 등을 목표로 적용대상, 보상범위 등이 계속 확대돼왔다. 적용대상은 500인 이상으로 시작해 1972년 30인 이상, 1992년 5인 이상, 2000년1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제도의 내실화 노력의 소홀로 재해자수 증가, 요양기간 장기화, 연금 수급자수 누증 등으로 보험급여 지급액이 최근 3년동안 평균 17.7%나 늘어 보험재정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다. 지난해 보험급여액은 2조8천599억원으로 2000년(1조4천563억원)에 비해 2배 가량 증가하는 과정에서 산재보험의 재정수지는 2000년 2천708억원, 2001년 3천647억원, 2002년 2천804억원 등 흑자를 보이다 2003년 2천495억원, 지난해 2천410억원 등연속 적자로 돌아섰다. 노동부는 이에 따라 새로운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수요자 만족도를 높이며 지속가능한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먹구구 행정에 환자들은 버티기= 산재보험 자체의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주먹구구' 행정과 환자들의 `버티기'도 산재보험 제도를 멍들게 했다. 노동부는 산재 환자 특성에 맞는 다양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미흡한 데다 실제요양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5천여개 지정 의료기관에 대한 관리가 소홀하고 진료비심사가 서류심사 위주로 이뤄져 적정 치료 여부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자체 평가했다. 산재 장해자가 요양 뒤 일터 복귀를 위해 직업훈련이나 사회적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나 복귀율은 40%에 불과하며 휴업급여의 경우 3년 평균 증가율이 22.1%에 달하는 등 보험급여의 합리성이 결여된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요양기간이 1∼3년인 환자수는 2000년 6천708명에서 지난해 1만3천643명으로, 3∼5년은 2천302명에서 3천845명으로, 5년 이상은 3천501명에서 6천327명으로각각 급증했으며 이들 장기 요양환자 일부는 `나일론 환자'로 의심받고 있다. 산재보험에 대한 관리가 허술한 상황에서 곳곳에 `구멍'이 뚫린 셈이다. ◆재정 불안에도 추가 적용대상은 증가= 산재보험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해마침내 재정 위기까지 맞고 있으나 `보호 대상'은 더욱 늘고 있다. 그동안 근로자 성격 여부에 논란이 일어온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에는 사회적 공감대가형성되고 있다. 다른 보험과 달리 사용자만 내게 돼있는 산재보험의 특성상 보험료 부담 주체를누구로 할 것인가는 아직까지 노사간 이견이 있지만 단계적인 보험적용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위험작업을 하는 자영업자나 건설기계 종사자, 농민 등에 대한 산재 보험 적용확대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또한 국내 체류형태의 합.불법을 가리지 않고 산업재해에 대해 보상해주고 있는외국인노동자들이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외국인의 재해보상은 2001년 2천74명에서 지난해에는 4천239명으로 늘었다. ◆산재보험제도 혁신 방향은= 노동부는 합리성이 부족한 제도를 대폭 손질해 수요자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보험 가입 촉진과 징수 누락 최소화 등을 통해 관리 운영체계를 효율적으로 고쳐 재정 안정을 꾀하고 산재보험료율도 업종 분류 합리화 등으로 체계를 개편할 방침이다. 지정 의료기관 평가체계 개발과 진료비 업무와 현장 요양관리를 연계해 부실한의료기관을 골라내고 의료전문 인력 보강, 산재환자 정보 관리 강화 등으로 보험관리운영의 효율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노령연금과 연계 방안이나 교통사고로 산재보상하는 경우 자동차책임보험과 조정방안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부 이상석 노동보험심의관은 "산재보험제도 발전위원회 발족에 이어 공론화가 필요한 핵심 제도개선 과제에 대해서는 실태조사와 연구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할것"이라며 "도출된 개선안은 노사단체의 의견수렴과 산재보험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년 중 관련법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