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예산처가 내년도 예산편성과 기금운용계획 작성지침을 확정했다. 예산편성 지침에는 재정지출의 10% 이상을 구조조정하는 등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다짐이 들어있다. 경기침체 지속으로 인한 넉넉지 못한 재정여건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 정부는 예산의 효율적 운용에 더욱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기획예산처는 내년 5%의 실질성장을 전제로 예산을 편성한다고 하지만 KDI나 민간연구소들은 5% 성장조차 어려울지 모른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는 세수증가율 둔화로 향후 재정여건이 결코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회보장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조세부담을 무턱대고 높일수도 없어 재정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나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금운용이다. 특히 정부는 내년 기금운용의 가장 큰 목표로 '국민경제적 역할의 강화'를 들고 있어 자칫 방만한 운용을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탓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일자리 창출 등 경기활성화 효과가 큰 사업에 연기금을 사용하겠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금이라는 것이 각각 고유한 설치목적이 있는 만큼 스스로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정부는 그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개별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위축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는 투명하고 철저한 제도적인 검증 장치를 통해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정부가 급할 때 쓰고 돌려주는 쌈짓돈으로 간주하고 원칙없이 사용해온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는 점에서도 이번만큼은 기금운영의 독립성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연기금을 정부 임의대로 편법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시각도 사라질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공적연금의 체계적인 관리다. 지난해 감사원 특감결과 3대 공적연금 책임준비금 부족액이 무려 1백8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었다. 이를 그대로 방치하면 공적연금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도 재정안정화방안을 강구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공적연금의 구조적인 적자를 언제까지 국민세금으로 메울수는 없는 만큼 하루빨리 과감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