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부문의 순금융자산(금융자산-금융부채)이 작년 25조원가량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문제가 조금씩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부채상환 능력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어서 가계부채 조정속도가 당초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2004년 중 자금순환 동향'에 따르면 작년 개인부문의 순금융자산은 5백36조2천억원으로 2003년에 비해 25조2천억원 늘었다. 2003년 순금융자산 증가액 18조3천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커진 것이다. 관계자는 "가계의 순금융자산이 늘었다는 것은 2003년부터 불거진 가계부채 문제가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은 가계부채 조정 속도가 기대에 비해 아직은 더딘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작년 개인부문 부채잔액은 5백7조8천억원으로 재작년보다 5.3% 늘었지만 개인부문의 금융자산 잔액은 1천44조원으로 5.1% 증가하는 데 그쳐,부채증가율을 밑돌았다. 이에 따라 부채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개인부문 금융부채잔액에 대한 금융자산잔액 비율은 2.06배로 재작년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는 작년 말 미국 3.44배,일본 4.09배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으로,그만큼 국내 개인부문의 부채상환 능력이 취약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부채 조정속도가 더딘 것은 무엇보다 작년 고용사정이 개선되지 못해 가계소득이 크게 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은은 분석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