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매수세가 실종됐다. 외국인이 19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기관과 개인등 매수주체들이 올 1분기 실적발표를 의식,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를 보이면서 많지않은 매물로도 주가가 힘없이 밀리는 무기력한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주변 악재들도 주요 매수주체들의 행보를 제약하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29일 1.92%(18.74포인트) 급락한 958.96에 마감됐다. 지난 이틀간의 상승폭을 하루만에 까먹은 것이다. 이날 프로그램매매는 2천1백20억원의 순매도를 나타내 적지않은 매물부담으로 작용했지만,무엇보다 이를 받아낼만한 매수주체가 실종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5일에 이어 다시 장대음봉(시초가부터 주가가 계속 떨어져 종가가 급락해 마감된 모습)을 그렸다. 전문가들은 "내달 중순은 돼야 이같은 매수세 부진이 해소되면서 주가가 반등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수세 실종과 프로그램 영향력 강화 외견상 이날 주가 급락의 주된 요인은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었다. 전날 1조3백억원까지 급증했던 프로그램 매수차익잔고는 이날 선물베이시스가 악화되면서 2천1백억원 어치가 출회돼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하지만 프로그램 매물 자체보다는 이를 받아줄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에 주가 낙폭이 더 커졌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 대부분의 기관은 외국인의 매도세가 언제 진정될 것인가를 지켜보면서 적극적인 주식매수를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본부장은 "이달 중순부터 시작된 지수조정이 마무리 된 다음 주식매수에 나서도 늦지 않는다는 관망세가 투신사를 중심으로 한 기관들에 확산돼 있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준연 B&F투자자문 상무는 "특히 금융회사들이 3월 결산기를 맞아 적극적인 매수를 할 수 없는 점도 기관의 매수공백을 야기한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내달부터 매수세 살아날 듯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는 지금과 같은 매수주체 부족과 이에 따른 무기력한 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이날 출회된 매물외에도 아직 프로그램 잠재 매물은 2천억원 이상 남아있는 상태"라며 "투자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 매물은 언제라도 출회돼 주가 급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매수주체 부재로 당분간 증시는 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990선과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940선 사이의 박스권에서 맴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달들어서는 점차 매수세가 살아나면서 꼬여버린 수급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장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가 이날 2백20억원으로 급감한 것은 수급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다. 또 기관의 주식 매수도 내달부터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김준연 상무는 "당장 노동부가 내달 3천억원의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는 것을 비롯해 정통부와 연·기금 등의 자금이 유입되고,증권 보험 등 금융회사도 결산이후 증시 투자자금을 늘릴 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