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소유의 첨단기술 자료를 학위 취득 목적으로 해외에 유출하려 했더라도 유죄가 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경쟁업체로 이직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한 일반적 기술유출 사건 뿐만 아니라,학위취득을 위해 기술을 무단 사용한 경우도 형사처벌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향후 유사재판에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장성원 판사는 29일 자신이 다니던 회사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관련 핵심 기술을 빼내 외국대학 박사학위 논문취득에 이용하려 한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로 기소된 레이저 장비 생산업체 D사 전 연구과장 최모씨(32)에 대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회사 기술자료를 빼내 학위취득에 사용하려다 적발돼 유죄판결을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자신이 취득한 기술자료를 박사과정 지원 및 논문작성 등 순수한 학문적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하지만 지도교수가 해외경쟁업체의 자문을 맡고 있어 결과적으로 기술유출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에 비춰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부정경쟁방지법 제정 취지에 비춰 처벌 가능한 '부당한 목적'의 범위에는 기술유출을 통해 얻는 경제적 영리 외에 학위취득을 통한 개인의 이익도 포함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초범인데다 기술유출을 통해 얻은 경제적 실익이 없으며 이미 D사에서는 피고인이 몰래 가지고 나가려 한 기술보다 앞선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형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대전 대덕단지에 위치한 D사에서 지난 99년부터 일해온 최씨는 작년 9월 미국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입학한 후 D사가 개발한 17.5기가바이트(단행본 책자 22만5천권 분량) 상당의 TFT-LCD 관련 핵심기술을 개인용 하드디스크로 복사해 반출하려다 공항에서 검거된 뒤 지난 1월 기소됐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