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모펀드 업체인 칼라일그룹이 사상 최대인 1백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를 설립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9일 칼라일이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한 후 가치를 높여 되파는 '바이아웃(buy out)' 전문 펀드를 이 같은 규모로 설정한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미국에 약 78억5천만달러,유럽에 약 2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칼라일은 1백억달러를 바탕으로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총 4백50억달러까지 투자금을 빌릴 수 있어 나이키나 포드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의 자금을 운용할 수 있다. 칼라일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은 "새 펀드의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초대형 기업이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펀드 외형이 날로 커지고 주식이나 채권 등 다른 투자수단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루벤스타인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미국 자본주의의 표상으로 GM이나 IBM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사모펀드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칼라일의 1백억달러 펀드 출시로 업체들간 대형화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스톤,워버그 핀커스,골드만삭스 등이 칼라일보다 더 큰 규모의 사모펀드를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사모펀드 업계의 외형 확장 경쟁이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모펀드의 직원수가 수십명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이런 사모펀드들이 외형 증가에 따른 인원 확충,기업 문화 변화 등을 쉽게 감당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사모펀드들이 연합해 대기업을 인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지만 수익 및 경영권 배분에 관한 분쟁의 소지도 크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사모펀드들이 저금리로 인해 은행 차입에 의존해 대기업을 사들였지만 최근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상승하는 추세여서 앞으로는 금융권 차입을 통한 '바이아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리상승은 또 우량 자산을 확보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사모펀드 회사간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예상됐다. 정·재계 거물들이 포진하고 있는 칼라일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8개 펀드에 총 2백48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직원수가 5백50명 수준이지만,투자 대상 기업들을 계열사로 볼 경우 '칼라일그룹'은 직원 13만1천명에 매출액이 3백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50대 기업이 된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