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본점.서울에서 부자 고객이 많은 대표적인 백화점이다. 29일 오후 4시. 거리에는 꽃샘 바람이 차지만 백화점안은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했다. 화사한 봄옷 가득한 매장에서 손님을 맞는 직원들의 표정이 한층 밝아 보였다. "지난달 설을 지나면서 매출이 활기를 띠고 있어요." 여성의류 '구호'의 서경희 매니저는 "단골 고객들인 의사 변호사 부인들의 소비심리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며 밝아진 매장 분위기를 전했다. 매장에서 만난 쇼핑객 최현경씨(38·서울 양천구 목동)는 "남편이 오랜만에 한번 쏜다고 해서 나왔다"면서 "70만원짜리 정장 수트 한벌을 3개월 할부로 결제했다"고 말했다. 요즘 제품 판매가 늘고 있는 지하1층 가전매장으로 내려가자 직원들이 손님상대로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LG가전매장의 원유남 매니저는 "지난 연말에는 상담 손님 10명 중 2명꼴로 구매했는데 지금은 7명 정도가 구매한다"며 잠재해 있던 대기수요가 업체의 다양한 행사와 가격인하 덕분에 구매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PDP TV 값이 많이 내려 따로 사시는 아버님께도 드리려고 두 개를 한꺼번에 샀다"고 했다. 할인점 이마트의 최대 점포인 서울 은평점.오후 6시쯤 지하 1층 생식품매장은 장보는 주부들로 가득했다. 의류·잡화 매장이 있는 3층으로 올라가자 중저가 의류를 할인판매하는 입구 기획행사장만 북적거려 식품매장과는 대조를 보였다. 김문종 점장은 "가전매장과 주방용품 홈패션 상품을 파는 생활문화 매장이 매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달들어서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 일대는 젊은이들과 지방 상인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패션상권이다. 이날 동대문 일대 도로는 썰렁했던 지난 겨울과 달리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쇼핑백을 든 사람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어 얼어붙은 소비가 되살아나는 기운이 느껴졌다. 두타 전창수 과장은 "1월이후 일평균 내방객 수가 10%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헬로에이피엠 여성복 매장의 박현규 사장은 "공장에 사나흘에 한번씩 주문하던 물건을 요즘엔 이틀에 한번꼴로 주문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직 경기회복을 느끼지 못한다며 고개를 젓는 상인도 적지 않았다. 청평화시장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이정수씨는 "우리같이 서민층을 상대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작년보다 크게 나아졌다는 걸 못느낀다"면서 "특히 단골인 지방 소매 상인들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다고 말한다"고 했다. 이씨는 그러나 "시장조사 나온 소매 상인들이 꽤 눈에 띄어 앞으로 장사가 좀 될까하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동네 슈퍼마켓들도 경기회복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4천8백여 자영 슈퍼업자 모임인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관계자는 "회원 중 경기회복이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대형 할인점 진출에 불안해 하는게 업계 분위기"라고 했다. 서울 대치3동 단독주택가에 위치한 슈퍼마켓 공룡마트의 관계자는 "매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손님들이 결제할 때 지폐를 내지 않고 1백원짜리 동전을 한웅큼씩 내는 걸 보면 경기호전은 아직 남의 일인 것 같다"고 푸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송주희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