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 예정인 비정규직 관련법안을 둘러싸고 정부·사용자 및 노동계간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는 형국이다. 특히 노동계는 법안 저지를 위해 내달 1일 경고파업을 실시하고 법안처리를 강행하면 총파업으로 맞서겠다는 강경입장을 굽히지 않아 자칫 극단적 노사대립이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나 우리는 노동계가 총파업 계획을 철회하고 국회에서의 비정규직 법안 심의에 참여해 논의해야 마땅하다고 본다. 이미 적법한 절차를 거쳐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인 상황인데 이를 전면 무시하고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되지 않는다. 지난 29일의 노·사·정 대화 재개를 위한 실무모임이 노동계의 이런 무리한 주장 때문에 아무런 성과없이 끝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총파업도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비정규직 법안은 조합원 근로조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어서 파업의 명분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이제야 간신히 장기불황의 수렁을 벗어날 기미를 보이는 경제에 또다시 총파업으로 찬물을 끼얹는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겠는가. 비정규직 문제를 풀기 위해선 대화와 타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우리 경제의 실상을 감안한다면 대기업 정규직 노조로 구성된 노동계가 임금동결 선언 등으로 먼저 양보의 뜻을 밝히는 것이 순리다. 비정규직 근로여건이 악화된 것은 정규직 노조의 지나친 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계는 30일 대기업 노조가 임금동결에 나서 준다면 임금인상 자제분(3.9%)을 전액 비정규직 처우개선에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진일보한 제안이 아닌가 싶다. 이제는 노동계가 성의를 보일 차례다. 명분도 없는 주장을 계속할 게 아니라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하는 길이기도 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