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렸던 우리금융지주회사 주총은 충분히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이사회에서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키로 한 안건이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부결되는 전무후무한 일이 일어난 까닭이다. 대주주가 이사회 결의를 뒤집어도 되는 것인지, 반대로 이사회가 대주주의 뜻을 무시한 결의를 해도 되는 것인지도 논란거리지만 스톡옵션 제도의 허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렇지 않아도 스톡옵션 제도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삼성 LG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 그룹은 물론 코스닥 시장의 중견 벤처기업들도 잇따라 도입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제도다. 특히 모 대기업 고위경영자가 스톡옵션 권리를 행사해 서민들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거금을 한손에 거머쥐면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제도가 확산되는 것은 나름대로 큰 장점이 있기 때문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회사 경영을 잘할수록 개인적 이익도 늘어나게 되는 만큼 경영자들로 하여금 사력을 다해 일에 매진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실적과 대우를 직결시키는 미국식 경영의 결정판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듯싶다. 실제 미국에서는 이 제도 도입과 함께 괄목할 만한 실적 향상을 이룬 기업이 적지 않고 일거에 대박을 터뜨리는 스타 CEO가 대거 탄생하기도 했다. 한때 쇠퇴 기미를 보이던 미국 경제가 다시 활력을 회복하는 데는 이 제도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스톡옵션 제도는 꼭 좋다고만 보기 어려운 측면도 많다. 눈에 띄는 실적을 올려 주가를 높이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에 경영자들을 지나치게 단기 실적에 얽매이게 만든다. 수익 극대화만을 의식하느라 과도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회사의 성장잠재력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국 최대 에너지기업이던 엔론과 통신업계 거두 월드컴이 천문학적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파산케 된 사실이 보여주듯 막대한 스톡옵션이 파렴치한 불법행위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장기적 경영전략을 세우고 이를 실천해 나가는 데는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사회가 과연 자신들을 수혜 대상으로 하는 스톡옵션 결의를 해도 되는 것인지 역시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이해의 당사자들이 자신과 관련된 결정을 직접 내리는 것은 아무래도 모양새가 이상할 뿐 아니라 경영진이 회사 이익을 빼내간다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을 야기할 소지도 크다. 가끔씩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회사를 위한 활동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사외 이사까지 스톡옵션을 받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고 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외에도 생각해 봐야 할 점이 많다. 경영실적을 꼭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 어려운 주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게 만드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가 하는 근본적 문제에서부터,실적 개선을 이룬 경영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불가능할 정도의 탁월한 성과를 이룬 것인지 등등 세밀한 판단을 요하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스톡옵션 제도는 신중히 운용돼야 하며 도입하는 경우에도 수혜 대상과 기준 규모 등은 우리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에서 유행하는 제도라 해서 무조건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특성과 기업문화에 적합한 형태로 재가공하고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뜻에서 우리금융 사건은 결코 일회성 해프닝으로 흘려버릴 일이 아니다. 이봉구 논설위원 b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