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풍년' 삼성重 거제조선소를 가다] 거제 앞바다는 'LNG船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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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칙~,위이잉 윙~.'
흡사 거미다. 기계음을 토해내고 네 다리가 달렸을 뿐.
'스파이더'라는 이름의 로봇 용접기가 LNG(액화천연가스)선 화물창(LNG를 담는 박스형 칸으로 LNG선의 핵심 설비) 내벽면을 기어다니면서 스테인리스 판넬을 이어 붙이고 있다.
3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안벽.계류 중인 대형 선박은 모두 LNG선이다.
정말 LNG선 수주 풍년인가 보다.
오는 5월부터 일본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14만5천㎥급 LNG선 6척에서는 화물창 용접 등 내부 의장작업이 한창이다.
한 척의 크기가 국내에서 하루 사용되는 LNG(13만㎥)를 운반하고도 남는 규모다.
'알 타키라호'로 명명될 LNG선의 화물창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거대한 동굴에 들어서는 느낌이다.
현장에선 용접 작업이 한창이었다.
LNG가 새나가지 않도록 바닥 벽 천장에 하나하나 붙여 놓은 가로 3백6cm,세로 1백2cm 크기의 스테인리스 패널 1만8천4백장을 서로 정교하게 잇는 용접이다.
놀라운 점은 용접 기술자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스파이더(거미)'만이 패널벽을 타고 옮겨 다닐 뿐이다.
패널 하나의 용접이 끝나면 집게발식 네 다리를 하나씩 차례로 움직여 패널 요철 부분을 잡고 다음 패널로 스스로 이동한다.
"스파이더 로봇을 개발해 현장에 투입하긴 업계 처음이지요.
두 사람이 매달리는 기존 반자동 용접 시스템과 달리 무인이어서 그만큼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어요.
작업 효율이 좋아 앞으로 4대를 더 투입할 예정입니다."(강규원 가스선공사부 설치3과장)
스파이더 로봇의 작업 효율성은 반자동 용접 방식보다 35%나 높다.
코너 부분을 제외한 화물창 용접 자동화율이 75%에 이른다.
LNG선은 1척에 4개의 화물창으로 구성되는데,그 내부면을 스테인리스 패널로 모두 이어 붙이면 총 용접 길이가 무려 52km에 달한다.
삼성의 용접 결함률은 52km 중 불과 10mm 이내다.
건조 초창기만 해도 27mm였다.
용접 공정 개선만이 아니다.
화물창 건조를 위한 물류도 혁신했다.
화물창에 소요되는 자재를 직배하고 있는 것.15일 전에 물량을 신청해 창고에 15일치를 적치하던 번거로운 기존 과정을 없애 버렸다.
차량에서 자재를 바로 화물창에 하차,자재 보관용 창고 유지 및 증축에 따른 투자비 25억원 정도를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
삼성중공업이 LNG선 부문 경쟁력 강화에 심혈을 쏟고 있는 것은 LNG선 발주가 급증하면서 수주전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19척을 수주해 수주 잔량이 29척,시장점유율이 29%에 달했지만 만족할 수 없다는 것.
당장 중동의 카타르가 2010년까지 인도받을 예정으로 44척을 국내 3사에 발주키로 했다.
삼성은 절반가량의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기본 설계 1팀의 이교성 그룹장은 "오는 2015년까지 최소한 1백50척의 LNG선이 새로 발주될 것으로 추정된다"며 "총 수주 금액 가운데 고부가 가치 선인 LNG선 비중을 향후 40∼50% 선으로 유지하면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전태흥 경영지원팀 상무는 "중국까지 가세하는 등 국내외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으나 LNG선 건조시장 장악력을 기반 삼아 세계 1등 조선소로 도약하기 위해 전 직원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