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이른바 '우정민영화' 법안에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면서 일본 정국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대표적 개혁정책으로 내세운 이 법안의 골자를 4일 집권 자민당에 제시한 뒤 이달말께 국회에 제출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자민당이 반대하고나서 당정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 우정민영화란 = 일본 최대 금융기관인 우체국을 4분할, 오는 2017년까지 민간에 매각한다는 구상이다. 2007년 4월부터 창구 네트워크, 우편, 우편저금, 간이보험 등으로 분사화하고 2017년 우편저금과 간이보험은 완전 민영화한다는 계획. 여기에 취약지의 서비스 유지를 위한 기금 설치, 현행수준 우체국망의 유지 등 구상이 포함됐다. 막대한 자금을 정부가 소유한 탓에 민간 금융기관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시장논리에 입각한 정책이다. 일본 우체국은 우편저금과 간이생명보험을 합쳐 360조엔의금융자산을 보유, 전체 민간자산의 60% 이상을 거머쥐고 있다. 지점은 전국 2만5천여 곳에 달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우정민영화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지난해9월 개각시 '지지각료'로 내각을 채웠다. 이후 "민영화법안이 실패하면 불신임으로받아들이겠다"며 정권의 승부처로 삼았다. 이 법안은 정치적으로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이른바 '우정족' 등 당내 기득권세력을 정면 겨냥하고 있다. ◇ 당정 충돌 조짐 =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달 31일 아오키 미네오(靑木幹雄) 참의원 의원회장의 사무실로 전격 찾아가 지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찬성도 승인도 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는 "그래도 상관없다"며 '마이웨이'를 선언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아오키 의원회장은 자민당 실력자이자 한때 고이즈미 총리의 후견인으로 법안통과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일본 정가에서는 이날 고이즈미 총리의 단호한 태도로 미뤄 자민당의 승인을 얻지못할 경우 정부 독자의 법안제출도 불사할 것으로 보고있다. 그 경우 자민당과의대충돌은 불가피하고 정국은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 수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소속된 모리파를 이끄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도 "신중히 진행하는게 좋다"고 조언했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활은 시위를 떠났다'는 입장을굽히지 않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sh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