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출신이라면 친구까지도 미워진다." "힘없는 소액주주들 어렵게 만들고 잘사나 보자.집단소송도 불사하겠다." 법정관리기업인 동해펄프의 상장폐지가 결정난 지난 31일.각종 증권사이트 게시판엔 성난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같은 날 상장폐지가 결정된 거래소 상장기업은 동해펄프 지누스 등 13개사.이중 상당수 기업들이 자본잠식,감사의견 거절 등의 이유로 퇴출이 불가피했던 데 반해 동해펄프의 퇴출은 못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자본총계가 1천1백89억원으로 납입자본금(4백77억원)의 2.5배여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튼실한 편이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사유인 법정관리 탈피에 대한 기대감도 있었다. 동해펄프는 2003년부터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한 매각입찰 공고를 세 번이나 냈으며 인수의사를 보인 우선협상대상자만 7곳에 달했다. 지난 1월 마지막 M&A건이 무산된 뒤에도 수차례 관계인들이 집회를 열어 채무조정을 통한 독자생존을 추진하는 등 희망을 접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로 미루어볼 때 채권단들이 조금씩 양보,회사를 정상화하는 대승적인 합의안을 도출할 것으로 투자자들이 기대한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의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증권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은 기본적으로 투자자에게 있기 때문이다. 동해펄프 역시 인력감축 경비절감 등 구조조정안을 진작에 냈어야 했다. 하지만 "관리종목은 원래 투기종목이고 1년 이상 처분할 기회가 있지 않았느냐"는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반박을 듣노라면 성난 투자자들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듯도 하다. 매각때 좀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욕심에 잇따라 M&A를 무산시키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의 투기심리를 불러일으킨 책임이 산업은행엔 전혀 없는 것일까. 임상택 벤처중기부 기자 limst@hankyung.com